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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이민여성, 이방인 취급이 가장 서럽다”

입력 | 2008-03-05 06:26:00


“우리들이 결혼이민여성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못했음을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주여성들은 더 힘들어했고 그들끼리 뭉치거나 적응을 못해 다른 길을 택하기도 했지요. 이주여성은 우리 이웃이라는 시각으로 보아야 합니다.”

최근 경북 예천군 청소년수련관에서 열린 다문화(多文化) 가정 이해 교육 프로그램에 참석한 예천군여성단체협의회 배미경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다문화 가정은 결혼이민여성이나 외국인 근로자가 포함된 가족.

몇 년 사이 경북의 농어촌 지역을 중심으로 결혼이민여성이 크게 늘면서 다문화 가족에 관한 교육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대구와 경북지역의 결혼이민여성은 현재 7100여 명이다. 3년 전에 비해 2배가량 늘었다. ▶표 참조

대구경북연구원의 지역인적자원개발지원센터(RHRD)는 경북도교육청과 공동으로 경북지역의 다문화 교육에 관한 최종보고회를 최근 열었다.

대구 경북의 결혼이민여성
(2007년 12월 기준)대구

국가별인원(명)중국1270베트남784일본162필리핀72

러시아36태국28몽골21기타123계2496경북국가별인원(명)

베트남2044중국1480필리핀376일본 332캄보디아109태국78몽골50우즈베크35

인도네시아25러시아20기타61계4610자료: 대구시 여성청소년가족과,경북도 여성가족과

이 보고회에서는 지난해부터 올 2월까지 진행된 초등교원 다문화교육연수(RHRD), 지역주민의 다문화 이해증진사업(전보경 경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다문화 이해를 위한 온·오프라인 교육프로그램 개발(정정희 경북대 아동가족학과 교수)등 세 가지 주제가 다뤄졌다.

예천군과 봉화군 등 경북 북부지역 5개 시군의 주민을 대상으로 열린 다문화 이해증진 교육에는 이민여성과 한글강사 주민 등 400여 명이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지방자치단체가 이민여성을 위해 한국어 익히기 등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편견과 오해가 적지 않은 현실을 지적했다.

봉화군여성자원봉사대원으로 이민여성에게 한국어를 지도하는 임혜정 씨는 교육을 마치고 ‘행복은 국적 순이 아니잖아요’라는 제목의 글을 썼다.

임 씨는 이 글에서 “우리 모두 행복한 삶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 것과 똑같이 이민여성들도 행복한 삶을 꿈꾼다”며 “이민여성들은 이미 외국인이 아니며 우리 동네 우리 이웃이며, 내가 즐거워하는 것은 그들도 즐거워한다”고 말했다.

또 안동시 새마을부녀회 이유순 회장은 “한국사회가 빠르게 다문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데 단일민족이라는 의식으로 이민여성에 대한 보이지 않는 편견과 차별로 그들을 더욱 힘들게 한다”며 “이들을 이방인처럼 대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느낀다”고 밝혔다.

교사와 학생에 대한 다문화 교육은 ‘창의성’을 키우기 위한 중요한 조건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정정희 교수는 “외국인만을 염두에 두고 다문화 교육을 하는 것이 한국사회의 획일적 분위기”라며 “다른 사람에 대해 기본적으로 개방적인 태도를 가꿔야 창의적인 학교교육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편 가르기 식 차별로는 창의적 발상이 어렵다는 것이다.

초등교사 연수를 맡은 RHRD 김용현 센터장은 “교사들의 다문화 가정에 대한 인식이 아직은 상당히 낮은 편”이라며 “다문화 교육 관련 동아리 활동과 시범학교 운영을 활발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