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사랑 배달” 강조 고객감동
‘가족 사랑을 배달합니다.’
폭탄 테러, 전직 총리 암살…. 파키스탄은 우리에겐 물리적 거리만큼 심리적으로도 매우 먼 나라다. 하지만 파키스탄의 일상적인 모습은 우리의 고도 성장기였던 1970, 80년대와 흡사하다. 강한 수출 드라이브 정책을 통한 경제 성장과 새로운 기회를 찾아 대도시로 몰려드는 농촌 젊은이들….
외신을 통해 접하는 모습과 달리 파키스탄은 최근 3년간 연평균 7.5%의 고성장과 연간 50억 달러가 넘는 외국인 투자를 유치한 신흥 개발도상국이다.
인구 1800만 명의 파키스탄 최대 도시 카라치는 하루에도 수십 개의 회사가 새로 생겨나고, 일자리를 찾아 유입된 사람들로 넘쳐 나고 있다.
이런 급격한 도시화와 산업화 덕분에 요즘 카라치에서는 ‘홈 런치 박스’ 배달 서비스가 소자본 비즈니스로 각광을 받고 있다.
말 그대로 집에서 만든 도시락을 일터에 나가 있는 직장인에게 가족을 대신해 배달해 주는 서비스다. 오토바이 배달 직원의 외관만 보면 한국의 ‘퀵 서비스’를 모방한 듯하다.
배달원 1명이 하루 평균 30∼50개의 도시락을 배달하며, 개당 배달 요금은 거리에 따라 10∼20파키스탄루피(약 150∼300원) 정도다. 업체당 하루 순익은 20달러(약 1만9000원) 정도에 불과하지만 파키스탄의 1인당 국민소득이 1000달러도 안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무시하기 어려운 사업이다.
저렴한 초기 투자비와 급속한 도시화가 맞물리면서 현재 카라치에만 400여 개의 홈 런치 박스 배달업체가 성업 중이다. 이들 업체가 짧은 기간에 큰 성공을 거둔 이유는 시간 약속을 철저히 지켰기 때문이다.
이들 업체는 ‘주문 접수 후 30분 내 배달 원칙’을 실천하면서 시간 약속에 대한 관념이 부족한 파키스탄에서 새로운 배달 문화까지 만들어 가고 있다.
또 이들이 “사랑하는 가족에게 따뜻한 점심을 배달해 드립니다”라는 광고로 파키스탄 소비자들의 가슴을 파고든 것도 성공 요인이다. 이는 아직도 대가족제를 유지하고 있는 이곳 사람들의 끈끈한 가족애를 자극했기 때문이다. 물론 대부분의 기업이 구내식당이 없고 대중식당은 위생 상태가 좋지 않다는 점도 한몫 했다.
한국인의 시각으로 보면 홈 런치 박스 배달 서비스가 그다지 특별해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파키스탄의 도시락 배달 서비스는 고객 가슴을 파고드는 비즈니스 모델은 어디서나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 주는 듯하다.
이성녕 KOTRA 카라치 무역관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