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신라 출신들 곳곳에 포진…“체계적 교육 시스템 우수한 덕분”
내로라하는 국내 특급호텔에 ‘토종’ 호텔인 호텔신라에서 오랫동안 근무했던 임원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외국계 체인이 주류인 특급호텔 경영을 ‘호텔신라 맨’들이 장악하고 있는 것이다.
맹무섭 호텔리츠칼튼서울 사장은 1973년 삼성그룹에 공채로 입사한 정통 삼성맨이다. 서울신라호텔과 제주신라호텔 총지배인을 지냈고 경영지원실장, 면세점사업본부장 등을 거쳐 부사장에까지 올랐으며 26년 동안 삼성에서 일했다. 호텔리츠칼튼서울의 소유주인 전원산업은 2006년 호텔 경영이 악화되자 같은 해 11월 그를 스카우트했다.
서울프라자호텔을 운영하는 한화개발의 김광욱 사장도 호텔신라에서 23년을 보내고 웨스틴조선호텔을 거쳐 2005년 12월 한화개발 사장으로 영입됐다. 김 사장은 1979년 호텔신라에 입사해 마케팅과 교육, 외식 등 다양한 부문을 거쳤고 그룹 비서실에서도 일했다.
이영일 파라다이스호텔부산 고문은 1973년 삼성그룹에 입사해 2001년 3월부터 1년 동안 호텔신라 사장을 지냈다. 2004년 2월 파라다이스호텔부산으로 자리를 옮겨 4년간 사장을 맡다가 올 1월 고문으로 물러났다. 30여 년간 호텔리어로 외길을 걸었다.
아예 호텔신라 출신들이 모여 호텔과 리조트 위탁 운영 및 컨설팅 회사를 차린 사례도 있다. 오크밸리, 청풍리조트 등 9곳을 위탁 운영하고 있는 HTC는 김곤중 대표이사 사장을 비롯해 10여 명이 호텔신라를 나와 1997년 창업한 회사다.
이 밖에 최건 웰니스우리들리조트 사장과 김선정 워커힐 상무, 이인배 서울프라자호텔 상무, 정기택 인터컨티넨탈호텔서울 상무, 이진순 메이필드호텔 상무, 최태영 그랜드힐튼호텔 이사도 모두 호텔신라 출신들이다. 웨스틴조선호텔에선 김재영 상무와 송병호 상무보, 박동현 상무보가 호텔신라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호텔신라 출신들이 이처럼 호텔업계에 포진한 이유로 업계에서는 삼성그룹의 체계화된 교육 시스템을 꼽는다. 호텔신라 출신들은 마케팅과 인사, 재무 등 다양한 분야를 거쳐 조직 전반을 관리하기에 적합하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호텔신라가 계속 토종 호텔리어 사관학교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호텔 임원은 “서울과 제주에 호텔이 2곳밖에 없기 때문에 승진에 한계가 있어 임원들이 회사를 떠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호텔신라가 2000년 이후 숙박업보다는 면세점과 레스토랑 등 부대업무에 치중하고 있어 전문 호텔리어 양성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