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호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와 이종찬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검사 시절 삼성그룹으로부터 정기적으로 금품을 받았다고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이 주장했다. 이 수석은 삼성 본관으로 이학수 현 삼성전자 부회장을 찾아가 ‘여름 휴가비’를 직접 받은 적이 있고, 김 후보자에게는 삼성그룹 법무팀장이던 김용철 변호사가 돈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사실이라면 새 정부는 응분의 조치를 취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자체 조사 결과 근거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폭로한 사람이 증거를 제시하고 해명하는 게 상식”이라며 이명박 정부 흠집내기 공세라고 일축했다. 김 후보자와 이 수석은 사제단 주장을 부인하며 삼성 비자금 특별검사팀이 진위(眞僞)를 규명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사제단은 금융위원장 후보로 거론되던 황영기 전 우리은행장도 ‘삼성 비리 관련 금융책임자’로 지목했으나 어제 인사에서는 빠졌다.
사제단이 기자회견을 통해 3명이 떡값을 받았다고 구체적으로 거명한 이상 수사로 진실을 밝혀야 한다. 사제단 주장이 사실이라면 고위 공직자의 도덕성에 흠결이 생긴 만큼 당사자들이 거취를 정해야 할 것이다. 만약 허위라면 사제단과 김 변호사는 민형사상 명예훼손 책임을 져야 한다.
찔끔찔끔 ‘떡값 수수명단’을 공개하는 사제단의 태도에도 문제가 있다. 떡값 로비 대상자 명단과 증거 자료가 있다면 일괄해서 특검팀에 넘기는 게 정도다. 김 변호사의 일방적 주장을 마치 굳어진 사실인 양 몇 명씩 지목해 ‘표적 발표’하는 것은 종교 지도자들답지 못하다. 작년 11월에 1차 거명한 임채진 검찰총장, 이귀남 대검 중앙수사부장, 이종백 국가청렴위원장의 떡값 수수 여부도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가 없거나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새 정부가 후보자를 발표할 때마다 사제단이 흠집 내듯 떡값 수수 명단을 공개함으로써 인사에 혼란을 주고 있다. 사제단과 김 변호사는 특검팀 수사에 협력하면서 수사 결과 발표를 기다리는 것이 옳다. 지금은 독재 정권 시대도 아니고, 특검 수사를 불신할 만한 이유가 아직까지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