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적도 없는 공심위 사람들이 공천권 쥐고 종횡무진 휘둘러”
통합민주당 공천심사위원회의 ‘표결 강행’ 소식을 접한 당 지도부는 5일 오후 10시 반을 넘겨 가며 국회에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개최해 대책을 논의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공심위의 심사 강행 결정을 되돌릴 방법을 찾지 못한 채 ‘공심위의 권한 존중, 억울한 피해자 최소화 촉구’라는 원칙만 세웠다.
▽숨 고르는 지도부=최고위원회의는 가라앉은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박재승 공심위원장이 이날 저녁에 했다는 “당 지도부에서 (피해자 최소화를) 요청했다니까 강력한 권고로 받아들여 차후에 예우해 드리는 걸 연구해 보겠다”는 발언이 거의 유일한 ‘비빌 언덕’이었다.
우상호 당 대변인은 회의 종료 직후 브리핑에서 “공천 쇄신을 통해서 국민의 마음을 열어야 한다는 공심위의 고민을 이해하지만, 선의의 피해자는 최소화해야 한다는 점도 고려해 달라”며 공심위의 배려를 촉구했다.
공심위 참가자인 김충조 정책위의장은 회의 시작 직전 공심위의 대외 발표가 실제 속사정과 달랐다는 점을 아쉬워했다. 그는 “당에서 천거한 공심위원 5명의 반발이 컸음에도 공심위가 이들도 일괄 배제 방식에 찬성하는 것처럼 홍보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당사 찾아와 항의=설훈 전 의원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당사를 찾아와 공심위 결정에 격렬히 항의했다. 그는 “내 문제가 구시대의 정치행위라면 지난 대선 때 이명박 대통령의 BBK 의혹을 제기한 우리 당 의원들 역시 구시대 행위를 한 셈”이라며 반발했다. 설 전 의원은 2002년 대선 때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 측이 불투명한 자금 20만 달러를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용희 국회 부의장은 “당적도 없는 (공심위) 사람이 공천권을 쥐고 종횡무진 휘두르는 희한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불평했다. 이 부의장은 지역구인 충북 옥천군 당원단합대회에서 “여기 계신 여러분 말고 누가 나를 심판한다는 말이냐. 이름도 헷갈리는 당 대신 오늘부터 옥천 보은 영동군민의 후보로 나서겠다”고 말했다.
김홍업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2002년 임기 말에 힘 빠진 대통령의 아들이었기에 당했다”며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또 “이게 정당인지 시민단체인지 모르겠다”는 말도 했다.
박지원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밤 “나는 개인 비리를 저지른 적이 없다”며 “이상도 중요하지만 현실도 감안했어야 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2002년 서울시장 선거 때 SK그룹에서 선거자금 2억 원을 받은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김민석 최고위원은 이날 밤 국회 기자실을 찾아 “희생을 요구하는 것과 낙인찍기는 다르다”며 “(공심위 결정은) 사실상 정치를 하지 말라는 추방 선언과 같다”고 말했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전영한 기자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전영한 기자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전영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