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언(얼굴) 전 정무장관이 고교 동창인 은행지점장에게도 거액을 맡겼다가 일부를 횡령당했다며 고소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5일 수원지검 등에 따르면 박 전 장관은 2002년 6월 3억1000여만 원(5년 만기), 2004년 11월 2억9600여만 원(1년 만기) 등 6억600여만 원을 고교동창으로 S은행 지점장이던 서모(67) 씨 명의로 정기예금에 예치했다.
만기가 지났는데도 돈을 돌려주지 않자 박 전 장관은 지난해 7월 서 씨를 수원지검에 고소했다.
서 씨는 1994년부터 관리하던 박 전 장관의 차명계좌를 2005년 10월 H대 무용과 K 여교수에게 넘기라는 말을 박 전 장관에게서 들었지만 “통장 및 인감을 분실했다”며 거부한 혐의(횡령)로 지난해 11월 검찰에 의해 불구속 기소됐다.
서 씨는 5일 “이자가 불어 3억600여만 원으로 늘어난 예금은 지난해 6월 만기가 돼 K 교수가 찾으러 왔기에 7000만 원을 수고비로 받고 2억3000여만 원을 박 전 장관 계좌로 돌려줬다”고 주장했다.
서 씨는 “박 전 장관의 부탁으로 1994년부터 10년간 한꺼번에 많게는 20∼30개 계좌에 자금을 관리했으며 이자까지 모두 합치면 200억 원 가까이 되는 것으로 기억한다”고 주장했다.
서 씨는 또 “돈은 대부분 박 전 장관이 직접 건넸으며 자신의 사무실에서 2억∼3억 원씩 수표로 전달했고 명목은 ‘친인척 돈’이었다”며 “박 전 장관이 총선 때 돈을 갖다 달라고 하면 직접 차를 몰고 대구까지 가서 현금을 전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박 전 장관의 보좌관이라고 밝힌 김모 씨도 이날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박 전 장관이 청와대 정책보좌관으로 재직하던 1988년부터 모두 76억 원의 자금을 받아 관리해 왔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박 전 장관은 적게는 수억 원에서 많게는 수십억 원에 달하는 수표다발을 나에게 맡겨 관리했다”며 “일부는 대통령부인 것도 섞여 있고 불법자금이니 차후에 추적이 불가능하도록 2, 3번 이상 철저히 세탁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전 장관은 이날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국복지통일연구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씨는 청와대가 아니라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으로 데리고 있었던 사람”이라며 “김 씨가 주장한 사실은 모두 틀린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박씨 “재단설립 위한 돈”
박 전 장관은 또 “K 교수가 횡령한 176억 원은 현역에서 물러나면 선친의 뜻에 따라 재단을 만들 돈이었다”며 “K 교수 등은 자기들이 통장을 관리했다고 하지만 은행 통장은 모두 한국복지통일연구소가 갖고 있고 그들은 은행 심부름만 했다”고 덧붙였다.
수원=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성남=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