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안개등을 따로 켜는 이유는?
일교차로 인한 짙은 안개 탓에 고속도로에서 연쇄추돌 사고가 잇따라 일어났다는 뉴스를 봤습니다. 운전석을 보면 헤드라이트 외에도 안개등 스위치가 있는데요. 불빛이 밝은 헤드라이트 대신 안개등을 별도로 설치한 이유가 뭔지 궁금해요.
A. 전조등은 산란현상 심해 시야 방해
파장 긴 노란색 빛이 더 멀리 이동
안개등은 안개가 많이 꼈을 때 운전자의 시야 확보를 위해 사용하는 조명입니다. 상대편 차량에 자신의 위치를 알려주는 중요한 역할도 하죠.
전조등(헤드라이트)은 차가 달리는 수평 방향으로 빛을 강하게 비추기 때문에 안개 속 물방울들과 부딪쳐 산란 현상이 많이 일어납니다. 운전자의 시야는 그만큼 방해를 받겠지요. 한국은 1997년 ‘자동차안전기준에 관한 규정’에 안개등 관련 기준을 처음으로 마련했습니다. 이 기준에 따르면 전조등의 불빛은 백색광을, 안개등은 노란빛과 하얀빛 중 하나를 선택해서 쓸 수 있어요.
안개등의 광원(光源)으로 노란빛을 쓰는 이유는 멀리서도 눈에 잘 띄기 때문입니다. 우리 눈에 보이는 가시광선에는 여러 가지 색깔의 빛이 섞여 있습니다. 그중 빨간색, 노란색 계열의 빛은 푸른색 빛보다 파장이 깁니다. 파장은 빛이 ‘∼’ 모양으로 한 번 물결칠 때 이동하는 거리를 말해요. 빛도 물결처럼 파동을 이루면서 이동합니다.
파장을 보폭에 비유한다면, 노란색 계열의 빛은 ‘롱다리’의 보폭이 긴 걸음이라고 할 수 있죠. 그래서 같은 거리를 이동하더라도 푸른빛은 보폭이 짧아 여러 개의 파동을 이루는 반면 노란빛은 파동 수가 적습니다. 그만큼 푸른빛은 안개 속 물방울에 부딪쳐 사방으로 흩어질 가능성이 높지요. 이를 산란 현상이라고 합니다. 노란빛은 산란이 덜 일어나면서 그만큼 멀리까지 이동할 수 있다는 의미죠.
노란빛보다 파장이 긴 빨간빛을 쓰지 않는 이유는 파장이 555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전후의 녹황색 빛이 우리 눈의 시신경에 더 잘 반응하기 때문이에요. 그러나 최근 들어 차량의 디자인이 강조되면서 백색광을 더 선호하는 추세입니다.
안개등의 광도(빛의 세기)는 전조등보다는 약합니다. 전조등의 광도는 1만5000칸델라 이상이 돼야 하지만 안개등은 1만 칸델라를 넘지 않도록 제한돼요. 이는 가정용 형광등보다 약 8배 밝은 수준이죠. 또 안개등은 차 앞과 가까운 지면을 넓게 비추도록 반드시 전조등과 같은 높이 또는 아래쪽에 설치합니다. 전조등의 보조등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어요. 안개등은 차 앞쪽의 지면을 약하게 비추기 때문에 빛 산란의 영향을 덜 받습니다.
(도움말=한국조명기술연구소 허성국 수석연구원, 서울산업대 전기공학과 장우진 교수, 대림대 자동차과 김필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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