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은 ‘세계 여성의 날’
“전쟁이나 내전을 겪은 국가의 재건에 여성이 활발히 참여할수록 사회가 안정된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국가의 혼란을 수습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의 싱크탱크 랜드연구소가 세계 여성의 날(8일)을 앞두고 최근 발표한 ‘여성과 국가건설’ 보고서는 ‘여성의 역할 확대는 안정적이고 발전적인 민주사회 건설의 디딤돌’이라고 밝혔다. 랜드연구소는 이를 실증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전쟁으로 탈레반 정권이 몰락(2002년)한 뒤의 여성 사회진출 사례를 분석했다.
▽아프간 여성, 골방에서 재건 주역으로=탈레반 정권 몰락 후의 가장 큰 변화는 여성의 지위 및 사회 진출 확대였다. 탈레반은 1990년대 말 아프가니스탄의 3분의 2를 장악한 뒤 여성의 교육, 의료 혜택, 고용 기회를 박탈하고 이동 및 집회의 자유도 허용하지 않았다. 강간과 폭행 등 극단적인 폭력도 서슴지 않았다.
탈레반 정권 붕괴 후 미국과 국제사회는 여성의 사회진출을 제도화했다. 특히 2003년 활동을 시작한 아프간 국가연대프로그램(NSP)은 재건 과정에 여성을 끌어들였다.
일부 비판론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실험은 성공적이었다.
2004년 총선은 아프간 여성의 변화상을 극적으로 보여준 기회였다. 여성들은 여론조사 모니터링, 투표 교육, 행정업무를 담당했다. 남녀유별이 심한 곳이었지만 여성이 투표 관리에 나서면서 수많은 여성 유권자가 안심하고 투표장에 나올 수 있었다. 여성 할당제가 도입된 이 선거에서는 여성 68명(27.3%)이 하원에 진출했다.
여성 경찰대학 졸업자 105명도 현재 경찰관으로 활동 중이다. 여성이 전쟁 기간에 희생된 남성을 대신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국가 재건의 주역으로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다.
▽여성 진출의 과제=여성의 진출에 불만을 품은 세력들은 여성 직원을 고용한 비정부기구(NGO)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 일부 여성은 재택근무를 하지만 불안은 여전하다.
이 보고서는 ‘안전을 유지하기 위한 광범위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평등과 법의 원칙을 지키며, 특히 여성을 함께 파트너로 끌어들여 사회통합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프가니스탄 중고교 여학생들은 탈레반 정권이 몰락한 뒤 △남편 선택권 △경제활동 △행복권 △인간의 권리 등 4개의 여성권리를 얻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칸다하르의 자르고나 고등학교 학생인 사미라는 “유엔의 지원군들이 아프간을 떠난다면 탈레반이 다시 쳐들어올지 모른다”며 “여성들이 어렵게 쟁취한 권리를 잃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