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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책]장난감 안 치우면 달님이 꿀꺽 삼켜요

입력 | 2008-03-08 02:52:00


◇달콩이는 어디 있지?/김의숙 글·그림/36쪽·9900원·시공주니어(4∼7세용)

이런, 대책이 안 서네. 이렇게 엉망으로 방을 만들어 놓고는, “난 몰라”라니.

아기도 아니니 이젠 제 방은 제가 치우면 좋겠는데, 달콩이는 끝내 본체만체했다. 엄마는 꾹 참고 “이상하다, 누가 이랬을까?”라며 아이를 구슬려 보지만, 도무지 통하질 않는다.

아이가 자라면서 엄마와의 씨름도 늘어난다. 어린이집 안 간다고 떼쓰기, 여름에 겨울옷 입는다고 고집 부리기, 장난감으로 어지러운 방을 두고 모른 척하기…. 어린이집 가지 말라고 소리를 버럭 지를 수도, 아이를 업고 뛰어갈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아이를 제 발로 움직이게 하는 건 아니다. 달콩이네 엄마도 고민에 빠졌다. 불같이 화를 내서 억지로 아이가 방을 치우게 해야 하나, 그냥 내가 하고 말지, 하고 엄마 혼자 치워야 하나. 자기 방은 자기가 청소하는 습관을 들이면 좋겠는데.

이 책은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아이와 엄마의 힘겨루기 상황으로 시작된다. “달콩이는 어디 있지?”라고 엄마가 묻자, 달콩이는 달걀귀신 옷을 입고는 “난 몰라”라고 뚱하게 답한다. 어떻게든 청소하기 싫은 달콩이. 고심하던 엄마가 한 일은 달콩이가 한 것처럼 모른 척하기다. “달콩이는 놀러 나갔나 보구나. 그럼 나 혼자 밥 먹어야겠네.”

이 책은 지극히 현실적인 이 상황을 판타지로 풀어 간다. 아마도 꿈속인 듯, 달님이 “달콩이는 어디 갔지?”라며 말을 걸고, 달콩이는 엄마한테 그랬듯 “난 몰라”라고 답한다. 그런데 이 달님, 꽤 심술궂은지 달콩이의 장난감을 삼켜 먹으면서 몸을 뚱뚱하게 불리기 시작한다. 장난감을 빼앗아 가는 통에 발을 동동 구를 지경인데, 달이 어찌나 뚱뚱해졌는지 달콩이가 눌릴 지경이다.

‘달’은 상징이기도 하다. 달걀귀신 옷을 입고 거짓말한 달콩이 마음의 불안이 점점 커지는 모양을 표현한 것. 몸이 불어난 달은 뻥 터져 버리고 배 속에서 장난감이 쏟아져 나온다. 또 빼앗길까 싶어 “이건 내 장난감, 내 장난감” 하면서 하나씩 챙기는 달콩이. 이 부분을 읽어 주면서 “장난감 안 치우면 달콩이 것처럼 다 없어져 버릴지도 몰라”라고 살짝 으름장을 놓으면, 아이들이 살살 제 방으로 돌아가 장난감을 치울지도.

파랑, 빨강, 노랑 등 화려한 원색의 그림이 돋보인다. 보름달이 초승달로 바뀌는 변화를, 뚱뚱해진 달이 뻥 터져 조그맣게 오그라든 것으로 표현한 재치도 눈에 띈다. 아이들이 스스로 정리 정돈 습관을 들이도록 이끄는 것 외에, 다그치지 않고 끈기 있게 기다리는 엄마를 보여 주는 것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 어린이 책은 어린이만이 독자가 아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