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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장관들의 현장 찾기 ‘전시용’이면 민폐다

입력 | 2008-03-09 22:58:00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과 장관들이 민생 현장을 찾는 발걸음이 분주해졌다. 노무현 정부 때와는 확실히 달라진 모습이다. 이 대통령부터 주말에는 꼭 현장을 찾겠다고 했다. 지난 주말에도 이 대통령은 서울 서초구 양재동 농협 하나로클럽과 서울 광진구 자양동 재래시장을 찾았다.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은 이달 말부터 ‘현장방문단’을 가동해 기업 활동의 어려움이 무엇인지 경청하겠다고 했다.

대통령과 장관들이 기업 활동이나 국민생활의 현장을 찾아 생생한 목소리를 듣는 것은 현실 적합한 국정(國政) 수행을 위해 필수적이다. 이 대통령이 그제 장차관급 22명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한 말처럼 ‘어제가 다르고, 오늘이 다르고, 내일이 다른 변화’가 밀어닥치고 있다. 경제 살리기를 위해서는 대통령과 장관들이 수시로 경제와 민생 현장을 찾아 사정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인식을 공유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일부 장관의 현장 확인 행정은 왠지 겉치레 행사에 그친 인상을 준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토요일 철근을 비롯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공급마저 달리는 아파트 건설 현장을 찾았다. 강 장관은 10분가량 관계자의 보고를 듣고, 새 정부의 정책을 설명한 뒤 30분 만에 현장을 떠났다.

공무원들이 장관 방문에 앞서 서류를 잔뜩 요구하는 바람에 민간기구와 업체 사람들은 곤욕을 치렀다고 한다. 민폐(民弊)가 아닐 수 없다. 강 장관이 토요일에 현장을 방문하는 ‘노 새터데이(No Saturday·토요일에 쉬지 않음)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노 홀리데이(No holiday· 휴일에 쉬지 않음)를 연상시킨다. 그러나 휴일에 쉬지 않는 것이 열심히 일한다는 인상을 줄지는 몰라도 내실 있는 결과를 만들어 내지 못하면 현장 사람들의 휴식과 일할 시간만 빼앗는 ‘귀찮은 행차’가 되고 말 것이다.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도 주말에 서울 시내 공인중개사 사무실을 방문했다. 방문 전날 부랴부랴 섭외한 세입자와 알맹이가 별로 없는 대화를 나눈 정 장관 역시 전시 행정이라는 비난을 들어도 할 말이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