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의 황제당, 새마을당, 문화예술당, 경제통일당….’
4·9 총선을 앞두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정당 등록을 했거나 창당준비위원회 결성 신고서를 제출한 정당 이름이다. 선관위에 따르면 9일 현재 등록된 정당은 통합민주당과 한나라당, 자유선진당, 민주노동당 등을 포함해 25개에 이른다. 창준위 결성 신고서를 낸 18곳을 합치면 40개가 넘는 정당이 총선에 후보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사회가 다변화하면서 국민의 요구가 다양해지고 있는 것은 거스르기 힘든 시대적 흐름이다. 민노당이 원내 의석을 늘리며 정당으로 자리매김한 것은 그런 변화의 중대한 지표였다.
이번에 정당 등록을 한 문화예술당은 국악인과 예술인, 장인(匠人)들이 모여 문화 예술의 부흥을 통해 문화대국을 건설하겠다는 목표로 창당했다. 역사 속으로 사라진 열린우리당도 부활(?)한다. 조모 씨가 창준위 결성 신고서를 제출한 상태다.
새 시대에 걸맞은 정치적 요구를 구체화할 정당의 창당을 폄훼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대선과 총선 전후에 만들어지는 정당 중 대부분은 선거가 끝나면 사라지는 ‘페이퍼 정당’이다. 작년 말 17대 대선 당시 정당은 18개에 달했지만 지금까지 명실상부하게 정당의 틀과 기능을 유지하는 당은 많지 않다.
지난 총선 때도 신당 창당은 봇물을 이뤘다. 국내 최초의 사회복지 정당을 주창하며 ‘국민복지당’이 만들어졌다. 학계와 종교계 재계 인사들이 주축이 된 ‘가자 희망2080’이 출범하기도 했다. 당시 활동 중이던 정당으로는 한나라당, 새천년민주당, 열린우리당, 자유민주연합을 비롯해 민주국민당, 개혁국민정당 등 22개가 있었다. 통합 등의 과정을 거쳐 명맥을 잇고 있는 정당도 있지만 이름마저 사라진 것이 대부분이다.
총선을 앞두고 창당이 줄을 잇고 있는 것은 대선이나 총선 같은 큰 정치 이벤트에 편승해 홍보 효과를 누리겠다는 의도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 정당이 총선 기간에만 ‘반짝 활동’을 하고 사라지는 이유다.
정당의 다양화는 일면 바람직한 방향이다. 그러나 그것은 최소한의 존속 조건을 갖춘 정당일 때만 의미가 있다. 선관위 관계자는 “창준위만 결성하고 사라지는 정당도 허다하다”고 꼬집었다.
허진석 정치부 james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