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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가족 실종’ 풀리지 않는 의문들

입력 | 2008-03-10 19:28:00


경찰이 10일 마포 일가족 실종 사건을 공개수사로 전환하며 공개한 실종 전후 정황 중 에는 선뜻 이해가지 않는 부분이 적지 않다.

우선 실종된 가족들의 살해됐을 가능성에 대해 100% 확신하기 힘들다.

경찰은 김모 씨가 둘째 딸(19), 셋째 딸(13)과 함께 지난 달 18일 마포구 창전동 K아파트에 함께 있다 이호성 씨에게 살해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경찰은 목격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실종 당일 아파트 폐쇄회로(CC)TV에 찍힌 남자를 이 씨로 보고 있다. 또 이 남자가 옮긴 가방의 크기로 미루어 김 씨와 두 딸의 시신이 가방 안에 들어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의 추정대로 김 씨와 딸 들이 집에서 살해됐다면 혈흔 등 살해된 흔적이 발견돼야 한다.

그러나 김 씨의 집 안에서는 소량의 혈흔만이 발견됐을 뿐 별다른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도 "집 안 침대시트, 방바닥, 세면대 등 세 곳에서 소량의 혈흔이 발견됐긴 했지만 살해라고 볼 정도는 아니며 머리카락도 일상적인 흔적이었다. 주차장에서 발견된 차 안에도 혈흔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흉기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살해가 이루어졌을 수도 있다"고 추정했다.

또 김 씨가 실종된 18일 자정이 넘어서 서울 서대문구 신촌에서 친구들과 헤어진 김 씨의 첫째 딸(20) 씨이 가족들과 함께 실종된 것도 의문이다.

이 씨가 19일 0시 이후 첫째 딸을 따로 불러냈다면 휴대전화 등을 이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경찰은 현재까지 실종자들의 휴대 전화 중 신호가 잡힌 것은 지난달 19일 오전 5시경 전남 화순 한 야산에서 잡힌 큰 딸의 휴대전화 신호가 유일하다고 밝혔다.

실종 직후 김 씨 가족들의 휴대전화가 모두 꺼졌는데 실종된 지 이틀 뒤인 지난달 20일 김 씨의 지인들에게 김 씨의 휴대전화 번호로 문자가 발송된 것도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경찰에 따르면 20일 오후 3시 57분 경 김 씨의 가게 직원 한모 씨의 휴대폰에 '잘 지내고 있으니 가게를 부탁한다'는 문자가 김 씨의 휴대폰 번호와 함께 왔다.

이에 대해 경찰은 "이 문자가 용의자 이 씨가 대포폰이나 인터넷 문자 등을 이용해 보낸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김 씨가 실종되기 며칠 전 1억7000만원 이 들어있던 자신의 정기예금을 갑자기 해약한 것도 의문이다.

경찰 조사결과 1억7000만 원은 김 씨가 지난달 20일 아파트 전세금으로 줘야 할 돈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김 씨가 왜 전세금을 줘야 하는 날보다 앞서 돈을 인출했는지는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의문에 대해 경찰은 이 씨가 사전에 치밀한 계획을 세운 뒤 김 씨 일가족을 살해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아파트 CCTV에 가방을 옮기는 모습이 찍힌 것은 치밀한 사전 준비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정혜진기자 hye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