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경쟁력-브랜드파워 갖춘 회사 골라라”
《퀴즈 하나.
얼마 전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을 제치고 세계 최고 부자 자리에 오른 워런 버핏이 회장으로 있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식 가격은 주당 얼마나 할까?
버크셔 해서웨이 A주식은 7일 종가 기준으로 13만3805달러다. 한화로는 약 1억3000만 원이다. 버크셔 해서웨이 주식은 지난해 11월에는 15만 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10주만 가지고 있어도 백만장자 반열에 들어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버핏 회장은 탁월한 투자 감각을 발휘해 자신이 세계 최고 부자가 됐을 뿐만 아니라 주주들에게도 막대한 부를 안겨준 셈이다.
지난해 기자가 네브래스카 오마하에서 열린 주주총회장에 갔을 때도 이처럼 ‘백만장자’ 주주들이 수두룩했다. 이들은 “주식을 쌀 때 샀다. 버핏 회장 덕분에 큰돈을 벌었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 “내가 잘 이해하는 업종 선호”
버핏 회장은 지난해 5월 주총장에서 “얼마 전 한국의 포스코 주식을 샀는데 포스코는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철강회사”라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포스코를 칭찬했다.
버크셔 해서웨이가 보유한 포스코 주식은 전체의 4.5%인 348만6006주. 최근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버크셔 해서웨이가 보유한 포스코 주식 시장가치는 21억3600만 달러로 1년 사이에 9억7800만 달러가 증가했다. 지난해 한 해 동안 투자 원금(5억7200만 달러)의 1.7배에 이르는 평가차익을 거뒀다. 또 하나의 대박을 터뜨린 것이다.
그렇다면 그는 어떤 기준을 통해 투자대상을 결정할까. 버핏 회장은 최근 ‘주주들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투자원칙을 공개했다.
그는 △내가 잘 이해하는 업종이고 △장기 전망이 좋고 △능력 있는 경영진이 포진해 있고 △가격대가 적정한 기업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특히 투자용으로 최고의 회사는 높은 투자수익률을 지켜줄 장벽이 튼튼히 쳐진 회사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가이코(미국 자동차 보험회사)처럼 가격경쟁력을 갖추고 있거나, 코카콜라나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처럼 세계적인 브랜드파워를 갖춘 회사가 투자용으론 최고라고 밝혔다. 반면 수익을 계속 내기 위해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회사는 낙제회사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미국 자동차 보험업계에서 ‘가격파괴’를 선도하고 있는 가이코는 버크셔 해서웨이가 인수한 뒤 공격적이고 눈길을 끄는 광고를 통해 해마다 시장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 경기 안 좋은 때도 선방
그렇다면 버크셔 해서웨이의 투자성적은 어떻게 될까. 버크셔 해서웨이와 대형우량주 중심으로 구성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의 주당 장부 가치 증가율을 비교해 보면 그 차이가 분명히 드러난다.
버크셔 해서웨이가 1965년 이후 지난해까지 마이너스를 기록한 경우는 2001년이 유일했다. 반면 S&P는 미국 경제가 경기침체에 빠지면 어김없이 수익률이 악화돼 마이너스를 기록한 연도가 9차례에 이른다. 경기부진을 보였던 지난해 한 해 동안에도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당 장부가치는 11.0%나 증가했다.
○ 주총장이 마케팅 현장
지난해 주총장에서 버핏 회장은 주주들과의 대화시간은 물론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도중에도 체리 맛 코카콜라를 마시면서 사탕을 계속 먹었다.
코카콜라는 버크셔 해서웨이 지분이 8.6%에 이르며, 사탕도 버크셔 해서웨이가 소유한 ‘시즈’라는 회사에서 만든 제품이다. 철저히 자신이 관련된 회사를 마케팅하는 것이다.
그는 최근 공개한 ‘주주들에게 보낸 편지’에서도 “지난해 주총장에서도 여러분의 쇼핑에 감사한다. 올해 5월 주총에서도 버크셔 해서웨이 관련 회사의 제품을 많이 사 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올해에도 자동차보험 회사인 가이코가 주주들을 대상으로 8%를 깎아주는 특별 할인가격으로 보험상품을 제공할 예정인 만큼 기존 보험가입 증명서를 꼭 가져오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실제로 버크셔 해서웨이 소유 보석판매회사인 보세임은 주총장 매출이 전체 매출을 좌우할 정도로 주총장은 중요한 마케팅 현장이기도 하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