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후 LG전자 터키지사장 현지 하숙생활 화제
‘세계적 기업 LG전자의 지사장, 터키 중산층 가정의 손님이 되다.’
터키의 유력 일간지 ‘사바’는 최근 이런 제목으로 터키 가정에서 하숙 생활을 하는 김창후(53·상무) LG전자 터키지사장의 이야기를 비중 있게 보도했다.
지난해 말 부임한 김 지사장은 ‘현지화 경영’을 위해서는 터키 국민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며 지난달 초부터 개인 사업을 하는 터키인 우날 기리트 씨 집에서 머물고 있다.
글로벌 기업의 터키지사장 대부분이 고급 5성급 호텔에 묵어온 관행을 깬 것이다.
○ 터키 축구대표 유니폼 즐겨 입어
김 지사장은 터키 음식은 물론 알코올 도수 40도가 넘는 전통 술인 ‘라키(raki)’도 이웃들과 마시며 금세 친해졌다. 집에서 주로 입는 옷도 터키 축구 국가대표팀 유니폼일 정도.
그의 ‘터키 기행(奇行)’은 사바 신문을 포함한 4대 전국 종합지와 5대 방송사 등에 차례로 소개됐다.
김 지사장은 10일 동아일보와의 국제전화에서 “식당에 가면 ‘언론 보도에서 당신을 봤다’며 인사를 해오는 터키 사람들도 꽤 있다”며 “‘왜 편한 호텔 놔두고 사서 고생하는지’를 궁금해한다”고 전했다.
그는 “고급호텔 분위기는 세계 어느 곳이나 비슷하지만 일반 가정에는 그 나라 특유의 문화가 배어 있을 수밖에 없다”며 “‘고객 경영’을 위한 소중한 시간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지사장은 터키인들의 특징에 대해 △유구한 문화에 대한 자긍심이 강하고 △가족 중심적이며 △집안이 청결하고 ‘헬스 케어(건강관리)’에 관심이 많다는 점을 꼽았다.
○ “양국 친밀감 시장공략에 활용”
그는 “가족사진을 거실 안방 등 집안 곳곳에 붙여놓은 게 인상적이었다”며 “터키에 판매되는 가전제품에는 사진을 붙일 수 있도록 디자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터키 가전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으로 연간 약 7조 원.
김 지사장은 “터키인들은 6·25전쟁 때 한국을 도왔다는 점과 2002년 한일 월드컵 3, 4위 전 때 한국이 터키에 지고도 큰 박수를 보내준 것을 가장 많이 기억한다”며 “양국 간 이런 친밀감을 시장 공략에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초 하숙 기간을 1개월로 잡았다가 최근 더 늘리기로 했다.
“제가 늦게 퇴근하면 하숙집 가족이 모두 안 자고 기다립니다. 그런 정(情)의 문화는 한국과 비슷해요. 그 깊은 정이 저를 자꾸 붙잡네요.”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