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보수파 ‘스타워즈 연설’ 25주년 기념행사
체니부통령 연설서 한국에 참여 독려할 듯
1983년 3월 23일 오후 8시. 로널드 레이건 당시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에서 연설을 시작했다. 전국에 생중계된 이 연설에서 레이건 대통령은 “21세기를 살아갈 우리의 자녀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줄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대륙간 탄도미사일과 핵무기로 미국 본토가 공격받을 경우에 대비해 이를 막기 위한 미사일 방어(MD) 체제의 연구 활동을 개시한다”고 공식 선언했다. 훗날 ‘스타워즈 연설’로 기록된 연설이다.
미국의 대표적 보수 성향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은 레이건 전 대통령의 스타워즈 연설 25주년을 맞아 11일 저녁(현지 시간) 워싱턴 포시즌스 호텔에서 기념행사를 개최한다.
MD 체제의 가장 열정적 지지자이자 1989년 국방부 장관으로서 레이건 전 대통령의 구상을 현실화하는 작업을 지휘했던 딕 체니 부통령이 특별연설을 한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체니 부통령이 이날 연설에서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들의 MD 체제 참여를 독려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체니 부통령은 숙원 사업이던 MD 체제 구축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만큼 가급적 많은 동맹국들의 지지를 끌어내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시 대통령은 10일 백악관에서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뒤 폴란드에 MD 체제를 구축하는 대가로 폴란드군의 현대화를 돕는 한편 폴란드 영토 내에 요격미사일 기지를 건설하기로 약속하기도 했다.
미국은 한국에 대해서도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를 거치는 내내 MD 체제에 참여할 것을 요구해 왔다. 하지만 한국은 ‘중국의 반발과 북한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며 참여를 거절해 왔고 이는 한미관계 갈등의 한 요소가 돼 왔다.
미국 내에서는 한미동맹의 복원을 강조하는 이명박 정부가 MD 체제 참여를 선언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1월 정몽준 특사의 방미 기간에도 미국 정부는 한국의 MD 체제 참여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의 외교안보 분야 참모들도 비공식적으로 ‘MD 체제 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내비쳤다.
그러나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은 “MD 체제 참여 독려에 대한 한국의 가장 현명한 선택은 명확한 방침 표명을 자제하면서 모호한 자세를 취하는 것”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고든 플레이크 맨스필드재단 소장은 “부시 대통령은 임기가 9개월도 남지 않은 레임덕 대통령인 데다 지지도도 낮다”며 “미국의 관심이 대선에 쏠려 있는 마당에 국제관계에 부담으로 작용할 MD 참여를 명시적으로 선언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