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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두대 오른 심정”… 親朴 뒤숭숭

입력 | 2008-03-12 02:59:00

한나라당 공천 갈등의 화약고가 될 영남지역 공천심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11일 한나라당사는 종일 긴장감이 느껴졌다. 공천심사위원인 강창희 최고위원(위 사진 오른쪽)이 이날 한 탈락 후보가 전달한 소명자료를 들고 회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공심위원인 이방호 사무총장(아래 사진 오른쪽)이 심사장 밖으로 나올 때마다 취재진의 질문이 이어졌다. 안철민 기자


■한나라 영남공천 임박 초긴장

‘최소 25명 교체’ 현실화되면 현역 거의 탈락

“朴전대표 포함 집단탈당도 어려워 속수무책”

“극도로 불안하다. 그렇다고 뾰족한 대책도 없다.”

한나라당 영남지역 공천을 앞두고 ‘친(親)박근혜’ 진영에 긴장감이 팽배해 있다. 영남 현역 의원 대폭 교체(물갈이)가 불가피하다는 분위기가 갈수록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친박 진영의 한 관계자는 “단두대에 목을 내밀고 있는 심정이 이렇지 않을까 싶다. 두 손은 꽁꽁 묶였고 내려오는 칼을 뻔히 보면서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라고 심경을 토로했다.

11일 현재 대구·경북(TK)과 부산·경남(PK)의 친박 현역 의원 22명 가운데 공천이 확정된 사람은 박근혜(대구 달성), 정갑윤(울산 중) 의원뿐이다.

그나마 불출마를 선언한 김용갑(밀양-창녕)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19명 중에서도 13명 안팎이 꾸준히 교체 대상으로 당내에서 거론되고 있다.

공천심사위원회 주변에서 나오는 말에 따르면 공심위가 영남지역의 현역 의원 62명 가운데 최소한 25명은 바꿀 것이라는 관측이 대세다. 만약 물갈이의 절반을 친박 의원으로 채울 경우 영남의 친박 계열은 거의 씨가 마른다고 봐도 무방하다.

친박 진영은 ‘물갈이 쓰나미’를 겨냥한 사전 경고를 계속 쏟아내고 있다. 공천을 받지 못한 친박 의원과 원외당원협의회 위원장을 중심으로 △무소속 연대 △제3정당과의 연합 또는 합당 △신당 창당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

경기 이천-여주에서 탈락한 이규택 의원은 11일 “재심 신청이 거부되면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며 “친박 인사들이 무소속으로 연대하거나 다른 당에 합류할 것인지, 아니면 각자 갈 것인지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무소속 연대는 정당은 아니지만 탈당한 사람들이 모여 외형상의 결사체를 만든 뒤 공동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선거에 뛰어드는 형식이다.

서울 중랑갑 공천심사에서 탈락한 친박 인사 김철기 전 경기도당 부위원장은 이날 당사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열어 “‘참주인연합’에 입당해 당명을 ‘미래한국당’으로 변경하고 박근혜 전 대표를 위한 정치세력화를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참주인연합’은 정근모 전 명지대 총장이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창당한 보수 정당이다.

친박의 한 원외위원장은 “박 전 대표는 아직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신뢰는 갖고 있는 것 같다. 친이 진영에서 상호 간 신뢰를 입증해야 할 때다”라며 “만일 영남권의 핵심 친박 의원들을 칠 경우 박 전 대표가 탈당할 수도 있다. 그럴 경우 공천에서 탈락한 현역 의원들과 원외위원장 수십 명이 동반 탈당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의 향후 행보는 영남의 핵심 친박인 유승민, 김무성, 허태열 의원의 공천 여부에 좌우될 것이라는 게 당내 중론이다.

그러나 다른 친박 측 인사는 “박 전 대표가 포함된 집단 탈당은 없을 것이고 또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하다”고 전망했다. 탈당에 대비하려면 실무진에게 준비작업을 지시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아무런 언급도, 움직임도 없다는 것이다.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