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만에 ‘로미오와 줄리엣’의 ‘줄리엣’ 역으로 한무대에 서게 된 발레리나 김주원(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위)과 김지영(네덜란드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오른쪽 아래). 사진 제공 국립발레단
‘영원한 라이벌’로 꼽히는 발레리나 김주원(31)과 김지영(30)이 8년 만에 한무대에서 만난다. 4월 16일 국립극장에서 막을 올리는 국립발레단의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두 사람은 나란히 주인공 ‘줄리엣’을 맡았다.
두 사람은 2000년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같은 배역을 맡아 기량을 겨룬 적이 있다. 비슷한 나이에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며 2000년대 초반 국립발레단의 ‘투 톱’으로 인기몰이를 했다.
현재 김주원은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로 활동하고 있으며 2006년 세계 발레계에서 권위를 인정받는 ‘브누아 드 라 당스’의 최고 여성 무용수상을 받았다. 김지영은 2002년 네덜란드 국립발레단으로 진출해 2007년 수석무용수에 올랐다.
이번 공연에서 두 사람은 오프닝(김주원)과 클로징(김지영) 무대를 나란히 맡았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캐릭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각각의 공연이 서로 다른 매력을 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주원은 “시간이 날 때마다 관련 서적을 읽으며 캐릭터를 연구하고 있고 표현력을 위해 연극배우에게 지도를 받고 있다”며 “8년 전보다 준비가 잘돼 있다”고 말했다. 매일 10여 시간 연습에 매달리는 그는 팬카페 회원들에게 여러 가지를 물어보기도 한다.
김지영은 통화에서 “네덜란드에 있기 때문에 조바심이 난다”고 말했다. “3월에 이곳(네덜란드)에서 공연이 있어 ‘로미오와 줄리엣’에 전념하지 못하고 있어요. 주원이보다 연습을 많이 못해 아쉬워요.”
그렇지만 그는 “한국에 있을 때는 자신감이 부족했는데 이곳에서 수석무용수로 활동하며 나에 대한 믿음을 쌓았다”고 말했다. 김지영이 네덜란드에 있는 동안 로미오 역을 맡은 정주영이 네덜란드로 가서 함께 연습한다.
▲ 제36회 동아무용콩쿠르 - 김주원 등 초청공연
오랜 라이벌로 지낸 두 사람이 서로를 어떻게 평가할까.
“지영이는 다이내믹하고 파워가 느껴지는 보기 드문 여성 무용수예요. 그런 느낌은 제가 표현할 수 없어요. 지영이의 줄리엣은 여성의 강인한 내면이 잘 표현될 것 같아요.”(김주원)
“주원이는 선이 곱고 상체가 예뻐 여성의 전통적 아름다움을 잘 표현할 수 있습니다. 소녀에서 여인으로 성숙해 가는 줄리엣의 사랑스러운 모습이 잘 드러날 것 같아요.”(김지영)
두 사람은 국립발레단 무용수로 활동한 적이 있지만 어릴 때부터 라이벌로 부각돼 왔다.
두 사람은 “어렸을 때는 부담스러웠지만 이제는 즐기는 편”이라며 “우리를 함께 다룬 기사가 나면 같이 보면서 웃는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은 러시아 안무가 유리 그리가로비치가 연출하는 정통 클래식 발레다. 2000년 에 공연했던 ‘로미오와 줄리엣’은 장 크리스토퍼 마이요의 작품으로, 주인공들의 개성을 내세운 세미클래식이다.
김주원은 “영화로 치면 마이요의 작품은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나오는 현대물이고, 그리가로비치의 버전은 올리비아 허시가 나오는 고전물”이라고 설명했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