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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에 맞선 자, 결코 잊지않는다”

입력 | 2008-03-13 03:03:00

“마호메트 풍자만화 용서 못해” 12일 태국 방콕의 덴마크대사관 앞에서 600여 명의 태국인 이슬람교도 시위대가 “신은 위대하다”라고 외치고 있다. 시위대는 마호메트를 풍자한 만화를 재출간할 예정인 덴마크 신문사와 덴마크 정부를 규탄했다. 방콕=EPA 연합뉴스


인도 출신의 영국 소설가 살만 루슈디 씨처럼 이슬람을 자극하는 행동을 했다가 살해 위협을 받고 고통 속에 숨어사는 인사가 늘고 있다.

루슈디 씨는 1988년 마호메트를 부정적으로 표현한 소설 ‘악마의 시’를 발표해 이슬람교도들로부터 살해 위협을 받고 숨어 지내는 대표적인 인사.

그에게 빗대 ‘여성 루슈디’로 불리는 인도 작가 타스리마 나스린 씨는 최근 시몬 드 보부아르 상의 수상자로 결정됐지만 프랑스에 오지 못했다. 나스린 씨는 지난해 11월 이후 델리 교외의 비밀 장소에서 인도 정부의 엄중한 보호를 받고 있다.

방글라데시에서 태어난 나스린 씨는 이슬람교도에게 한 힌두교 소녀가 강간당하는 내용의 소설 ‘수치’를 1993년에 쓴 이후 이슬람교도들이 ‘파트와’(종교적 문제에 대해 내리는 율법 해석)를 내려 사형선고를 받았다.

그는 1994년 유럽으로 망명해 프랑스 스웨덴 등에서 살다가 2004년 인도 콜카타로 거처를 옮겼다. 1947년 인도와 방글라데시의 분리 이후에도 콜카타는 여전히 방글라데시인의 문화적 고향으로 남아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나스린 씨의 콜카타 거주에 반대하는 이슬람교인들의 폭력 시위가 발생한 이후 그는 콜카타를 떠나지 않을 수 없었다. 인도 정부는 군대를 동원해 그를 몰래 라자스탄 주의 자이푸르로 빼냈다.

하지만 여기서도 힌두교도와 이슬람교도 사이에 긴장이 발생하자 인도 정부는 한밤중에 다시 그를 빼내 정부가 안전을 책임질 수 있는 델리 근교로 데려왔다. 인도 정부는 그에게 6개월간 비자를 연장해 줬지만 그가 2005년부터 요구해 온 인도 국적을 부여하지는 않았다.

나스린 씨와 함께 시몬 드 보부아르 상의 공동 수상자로 선정된 아얀 히르시 알리 씨는 소말리아 태생의 전 네덜란드 여성 의원. 알리 전 의원은 2004년 한 이슬람교도에게 살해당한 테오 반 고흐 감독의 영화 ‘복종’의 원작자다. 그는 지금 미국의 비밀 아파트에서 경호원과 같이 생활한다.

5세 때 할례를 당하고 네덜란드로 이주한 알리 전 의원은 가정을 꾸려가면서도 우수한 성적으로 법학 공부를 마쳤다. 2001년 알 카에다의 미국 ‘세계무역센터’ 공격에 충격을 받고 이슬람 비판 활동을 시작했다. 네덜란드 자유당의 공천을 받아 의원에 당선된 뒤 이슬람 여성의 권리에 대한 20개 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2004년 반 고흐 감독 살해에 사용됐던 칼과 함께 발견된 편지에 그를 죽이라는 내용이 담김에 따라 그 역시 심각한 위협에 직면하게 됐다. 알리 전 의원은 2006년 미국으로 건너갔지만 아직 미국 국적을 얻지 못하고 있다. 경호원에게 돈을 지불하기 위해 매달 힘들게 미국인 후원자를 찾아야 하는 처지다.

덴마크 만평가 쿠르트 베스터고르 씨는 ‘율란 포스텐’이란 신문에 머리에 시한폭탄이 장치된 터번을 두른 마호메트를 그렸다가 이슬람권의 강력한 반발을 사고 있다. 최근 덴마크 정부는 베스터고르 씨 살해 계획을 세운 이슬람교도 3명을 체포했다. 17개의 덴마크 신문은 이에 항의해 일제히 과거의 만평을 다시 게재했다. 과거 만평 게재를 거부했던 베를링스케 티덴데 신문도 가세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은 관련 기사에 이런 제목을 달았다.

“이슬람교도는 결코 아무도 잊어버리지 않는다.”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