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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FRB發 봄바람 국내증시도 꽃필까

입력 | 2008-03-13 03:07:00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11일(현지 시간) 신용위기 확산을 막기 위해 ‘기간증권대출(TSLF)’을 대책으로 내놓으면서 뉴욕 증시가 급등했다. 이에 따라 ‘FRB발 봄바람’이 국내 증시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뉴욕 증시의 반응은 대단히 긍정적이다. TSLF 대책을 발표한 뒤 미국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 종가에 비해 416.66포인트(3.55%) 상승해 12,156.81로 거래를 마쳤다. 2002년 7월 24일 이후 하루 최대 상승폭이었다. 모건스탠리는 ‘FRB가 택한 최적의 조치’라는 환영하는 코멘트를 내놨다.

12일 아시아 증시도 이에 화답해 전반적으로 상승한 가운데 코스피시장은 17.35포인트(1.06%) 오른 1,658.83으로 장을 마감했다.

○ 침체된 세계 증시에 긍정적 충격

TSLF는 미국 금융회사들이 보유한 최고 신용등급(AAA) 모기지 담보증권을 유동성이 좋은 미국 정부 국채로 바꿔주는 것이다.

신용등급이 높은 모기지로 확산되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발 신용위기를 차단한 것. 또 이번 조치로 시장에서 거의 매매가 이뤄지지 않던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채권들의 상당 부분이 유동화될 수 있을 것으로 증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굿모닝신한증권 박효진 연구원은 “이번 대책으로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관련 있는 채권 중 67∼79%는 직접적으로 유동화가 가능해지기 때문에 금융회사들의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대책을 통해 신용위기 확산을 차단하겠다는 FRB의 강한 의지가 시장에 확실히 전달됐다는 점에서 미국 증시의 반응은 더욱 긍정적이다. 또 이번 조치는 물가 급등, 달러 약세 등의 부작용을 수반한 금리 인하에 비해 효과가 클 것으로 보는 전문가가 많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 반등의 계기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 하나대투증권 서동필 연구원은 “미국 신용경색 위기에 지친 시장에 단비가 될 것”이라며 “다음 주 FRB가 추가로 금리까지 인하한다면 시장은 빠르게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 근본적 문제 해결에는 한계

반면 이 대책으로도 미국의 주택가격 하락과 경기 둔화 등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어 세계적인 증시의 반등이 오래가기는 힘들 것으로 보는 전문가도 적지 않다. 미국 금융회사들의 부실을 완화하는 정도의 효과밖에는 기대할 수 없다는 시각이다.

골드만삭스도 TSLF와 관련해 “금융시장을 짓누르고 있는 신용 압박에 대해 특효약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11일 미국 시장의 급반등도 추세적인 상승이라기보다는 반짝 상승으로 그칠 수 있어 한국 증시를 포함한 아시아 증시는 앞으로도 등락을 거듭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2일 한국 코스피지수와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장 초반에 빠르게 올랐지만 FRB의 조치가 근본적 악재를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인식이 오후에 확산되면서 오전 장 대비 상승폭이 줄어든 채 마감했다.

조성준 메리츠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현금과 다름없는 미국 국채의 시장 방출은 달러화 공급을 늘려 달러화 약세를 지속시킬 것이며 원자재 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면서 “미국 경제의 기초체력이 저하된 상황이라 신용위기의 재발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국내 증시 투자자들은 향후 시장을 지나치게 낙관하기보다 제한적인 매매전략을 펼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낸 전문가가 많았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