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어떻게 이런 일이….’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이 최근 반월·시화공단을 방문했을 때 기업인들이 ‘출퇴근 때의 교통체계 개선’을 건의했다는 말을 듣고서 머리에 스친 생각이었습니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공단 내 경기가 악화되고 있던 민감한 시기에 교통체계 개선을 건의한 게 잘 이해되지 않았던 거죠.
본보 11일자 B1면 참조 ▶“원자재 대란, 3~6개월 뒤에 진짜 위기 닥칠 것”
이런 의문은 공단의 교통 상황을 취재하며 풀렸습니다.
시화공단으로 가는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은 4호선 정왕역입니다. 이곳에서 공단으로 가는 버스노선은 4개뿐. 출근 시간에 버스 1대를 놓치면 30분 이상 기다리는 게 다반사입니다. 버스는 공단 내 주요 도로만 순회하기 때문에 버스에서 내려 회사까지 많이 걸어야 합니다. 낮 시간에는 공단을 도는 버스가 뜸할 뿐 아니라 택시도 아예 보이질 않습니다.
부실한 대중교통은 여러 부작용을 가져왔습니다.
먼저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통근차를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공단을 방문한 10일 오전 8시, 정왕역 앞 도로엔 통근 차량이 1개 차로를 차지하고 있더군요. 한 기업은 통근버스 운행비와 직원들의 교통비 보조로 월 800만 원 이상 들어간다고 귀띔했습니다.
승용차를 이용하는 개인도 늘었습니다.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두 공단의 종업원은 약 17만 명. 이 중 90% 이상이 승용차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공단 내에선 “주차된 차량을 헤아리면 그 기업의 직원 수를 알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떠돌더군요. 이 때문에 출퇴근시간만 되면 차량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공단으로 연결된 도로가 몸살을 앓습니다. 인도에 빼곡히 주차된 차량도 흔한 풍경이 됐습니다.
해결 방법이 없을까요.
버스회사에 전화하니 “노선을 늘리려면 수요가 있어야 하는데 공단의 출퇴근 수요만으로는 노선 증설이 힘들다”고 했습니다. 안산시와 시흥시에 전화하니 “버스회사의 적자를 시 예산으로 메울 만큼 재정 상황이 녹록지 않다”고 합니다.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공단은 수십 년 동안 도시 속 ‘섬’으로 남아 있습니다. 또 그 피해는 기업과 개인이 고스란히 떠안고 있었습니다.
박형준 기자 산업부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