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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전국학력시험 성적공개 금지 논란

입력 | 2008-03-14 03:00:00


전국적으로 치른 학력시험의 학교별 성적 공개 여부를 놓고 일본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3일 보도했다.

일본 정부가 기초 자치단체와 학교별 성적 공개를 금지하자 일부 학부모가 정보 공개를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하는 등 정부의 방침에 반발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문부과학성은 지난해 4월 전국의 초등학교 6학년생 117만1000명과 중학교 3학년생 116만1000명 등 233만2000명을 대상으로 43년 만에 일제히 학력시험을 치른 뒤 10월 광역지방자치단체별 평균 정답률을 공개했다.

문부과학성은 시정구(市町區) 등 기초단체와 학교별 시험성적도 각 지자체 교육위원회에 통보했으나 일반 공개는 금지했다. 시험의 목적은 학생 지도에 도움을 주는 것이지 학교별 순위를 매기는 것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문부과학성의 발표 이후 오사카(大阪) 부 히라카타(枚方) 시에는 학교별 정답률을 공개하라는 학부모들의 정보공개요청서가 3건 접수됐다. 신문은 돗토리(鳥取) 현, 아이치(愛知) 현, 교토(京都) 부 등에서도 일부 주민이 지자체를 상대로 정보 공개를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히라카타 시의 경우 성적 공개를 거부하자 학부모 측이 오사카 지법에 시를 상대로 소송을 내는 사태로 번졌다. 이곳에서는 시가 독자적으로 실시한 학력시험의 결과 공개를 놓고 지자체와 학부모 간에 한 차례 소송이 벌어진 전례가 있다.

당시 재판부였던 오사카 고법은 “시험 목적을 충분히 주지(周知)하면 성적을 공개해도 큰 지장이 없다”며 학부모 측의 손을 들어줬고 히라카타 시는 시험 결과를 공개했다.

지자체가 자발적으로 성적을 공개하는 사례도 있다.

도치기(회木) 현 우쓰노미야(宇都宮) 시는 2003년부터 자체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학력시험 중 일본어의 쓰기와 읽기 성적 등을 학교별로 공개하고 있다.

우쓰노미야 시는 이 같은 성적 공개가 학력 개선에 효과가 있었다고 보고 전국학력시험 성적도 일부 공개하고 있다. 시내 30개 초중학교 홈페이지에 해당 학교의 영역별 평균 정답률을 게시하는 방식이다.

일본의 전국학력시험은 교원 노조가 반대투쟁을 벌이면서 1964년을 마지막으로 한동안 중단됐다. 그러나 2003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국제학습도 도달조사(PISA)에서 일본 학생들의 독해력과 문장 표현력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나면서 지난해 부활됐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