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수원시의 야산에서 발견된 시신은 이혜진(10) 양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날 경기 안양시에서 실종된 어린이다.
함께 사라진 우예슬(8) 양도 같은 범인이 납치해 살해했을 가능성이 높아 경찰이 야산 인근을 집중적으로 수색하고 있다.
경기지방경찰청은 “11일 수원시의 야산에서 발견된 여자 어린이 시신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보내 확인한 결과 이혜진 양 어머니의 DNA와 동일하다고 판명됐다”고 13일 밝혔다.
이 양의 시신은 수원시 권선구 호매실동 과천∼봉담 고속화도로 호매실 나들목 인근 야산에서 훈련을 받던 예비군이 발견했다. 실종된 지 77일 만이다.
▽도로 옆 야산에서 발견=시신이 발견된 지점은 이 양이 사라졌던 안양시 안양8동 안양문예회관에서 직선으로 15km, 자동차로 30분 안팎의 거리다.
과천∼봉담 고속화도로 호매실 나들목 주변 지방도에서 15m가량 떨어져 있다. 주변에 도로와 논밭, 야산이 많다. 농가조차 멀리 떨어진 외진 곳이다.
시신은 머리와 몸통, 양팔과 다리가 10토막 난 상태였다. 반경 5m 안에서 세 곳에 나뉘어 땅 밑 30cm에 묻혀 있었다. 현장에서 수거된 분홍색 하트모양의 머리끈은 혜진 양의 것으로 확인됐다. 옷가지 등 다른 유류품은 없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인과 사망 시점을 조사하고 있다.
▽우 양은 어디에=경찰은 우 양 역시 비슷한 시간에 살해돼 암매장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5개 중대를 동원해 야산 주변을 샅샅이 뒤졌다.
이 양의 토막 난 시체 10개 부위 가운데 현재까지 2개 부위만 분석이 끝났다. 두 어린이의 시신이 섞여 있을 수 있으므로 나머지 8개 부위도 국과수가 확인하는 중이다.
경찰은 두 어린이 부모의 DNA를 채취해 국과수에 보냈다. DNA 대조 결과는 이르면 1, 2일 안에 나올 예정이다.
경찰은 우 양이 살아있을지 모른다며 범인의 흔적을 찾고 있다. 이 양 시신이 발견된 야산의 흙을 수거해 머리카락 등 단서를 잡으려고 한다. 또 범인이 이동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안양시 안양8동에서 수원시 호매실동까지의 도로 주변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고속화도로와 국도, 지방도의 폐쇄회로(CC)TV를 정밀 분석하고 야산 부근에서 오간 휴대전화 통화기록도 조사하고 있다.
▽실종에서 발견까지=안양 명학초등학교 4학년인 이 양과 2학년인 우 양은 지난해 12월 25일 오후 5시경 안양문예회관 근처에서 마지막으로 목격된 뒤 실종됐다.
부모들은 다음 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비공개로 수사하다가 진척이 없자 같은 달 31일부터 공개수사에 들어갔다.
이후 경찰은 연인원 2만4000여 명을 동원해 안양8동 일대 8000여 가구와 수리산에서 탐문 및 수색작업을 벌였다.
지금까지 범인은 단 한 번의 협박전화도 걸지 않았다. 신빙성 있는 제보나 신고도 없어 수사는 제자리를 맴돌았다.
이와 관련해 경찰이 초동수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종 신고를 받은 경찰은 3일 뒤에야 파출소에 수사본부를 설치했다.
▽범인은 누구=경찰은 범인이 아이들을 잘 아는 면식범이나 성도착증 환자, 정신이상자이면서 실종 장소인 안양8동 문예회관 인근에 거주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아이들을 납치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전혀 목격되지 않고, 외진 곳을 암매장 장소로 고른 점으로 미뤄 범인은 안양과 수원에 대한 지리감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수원=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김재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