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별미의 진객 대게.
6월 1일부터 금어기(11월 말까지)니 대게 맛을 볼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런 대게가 가장 맛있는 철이 바로 요즘이다.
대게의 고향인 경북 울진군에서는 울진국제대게축제(28∼30일·후포항)를 연다.
축제에 앞서 대게잡이 배를 타고 그 현장을 둘러봤다.》
○ 그물서 떼내 9cm 이하는 바다로 돌려보내
오전 2시 40분 죽변항. 이 꼭두새벽에도 파출소에는 불이 환히 밝혀져 있었다. 그곳으로 어민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출항신고를 위해서다. 30분 후. 5.67t 연안자망어선 원영호가 항구를 떠났다. 선장 윤명숙(51) 씨와 선원 1명, 그리고 기자 2명 등 배에 탄 이는 4명. 배는 어둠을 뚫고 17일 전에 그물을 던져둔 곳으로 나아갔다.
3시 50분. 선원이 라이트로 바다를 이리저리 비췄다. 부표에 꽂힌 원영호 깃발을 찾아서다. 찾는 데는 몇 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선원이 긴 갈고리로 부표를 낚아챘다. 그리고 그물의 로프를 뱃머리의 양망기에 걸었다. 곧 그물이 끌려오기 시작했다.
수심 167m. 대게는 200∼400m에 주로 산다. 그렇지만 몸집이 커지면 수심이 낮은 쪽으로 옮겨온다. 수압을 적게 받기 위해서다. 드디어 그물에서 대게가 보이기 시작했다. 게들은 그물코에 다리가 걸려 꼼짝도 못했다. 대게잡이란 그물코에서 대게 빼내는 일이 거의 전부인 듯했다. 선장은 선수에서, 선원은 조타실 앞에 2m 간격을 두고 앉아 한 마리씩 대게를 빼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빼낸 대게 대부분을 바다에 던지는 것이었다. 법률상 껍질 폭 9cm 미만은 포획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엄동설한의 밤바다에서 어렵게 잡은 대게를 버리는 심정. 그저 지켜보던 기자도 안타까운데 이것을 생업으로 삼은 어민들 심정은 어떨까. 한 시간쯤 지나자 갑판에는 중치 이상의 대게가 수북이 쌓였다. 그것을 선원이 창고에 넣기 시작했다. 그런데 또다시 절반가량을 바다에 던지는 것이 아닌가. 9cm에 약간 못 미치는 대게들이다. 어떻게 골라내나 살폈더니 갑판 바닥에 묶어둔 자로 대게를 하나하나 재는 것이 아닌가.
이날은 경칩 다음 날이었다. 절기가 봄에 접어들었다고는 해도 밤바다는 한겨울이나 진배없었다. 나는 지리산 겨울 산행 때 입었던 따뜻한 방한복을 입고 조타실 밑 실내에 쭈그리고 있었다. 그런데도 달달달 떨릴 정도로 추웠다. 그러나 갑판에서 작업 중인 두 사람은 전혀 개의치 않는 눈치다. 오전 10시까지 6시간 동안 바깥에서 작업을 하면서도. 그 끈기가 존경스러웠다.
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