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수목원에서도 한 마리 보유하지 못한 희귀종인 ‘남방남색공작나비’를 인천 대청도에서 처음 발견했어요. 제주도에서나 어쩌다 볼 수 있는 나비가 서해 최북단 섬인 대청도에서 자라고 있는 사실에 대해 학계에서도 놀라워하더군요.”
대청초교에 발령이 난 뒤 섬에서 4년간 머물며 수집했던 곤충과 식물 자료를 최근 국립수목원(경기 포천시 광릉)에 모두 기증한 인천 신광초교 교사 하상교(55).
○ 나비-나방 수십점 도감에도 없어
기증 자료는 나비 28종 300여 점, 나방 370여 종 1200여 점, 딱정벌레 40여 종 200여 점, 식물 표본 및 사진 자료 500여 종이다. 이들 중에는 곤충과 식물도감에 새로 등재하거나 서식지 지도를 뒤바꿔야 하는 등 학술적 가치가 높은 자료가 많다.
하 씨가 대청도에서 채집한 400여 종의 나비와 나방 중에서 수십 종은 도감에 나와 있지 않아 곤충학자와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
그는 “인천 앞바다 섬에서는 통상 200종 안팎의 나비와 나방이 사는 것으로 발표됐다”며 “바닷물에 난류가 흘러 겨울에도 따듯한 기후 영향 때문인지 대청도에는 다른 섬보다 많은 종류의 곤충과 식물이 살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가 채집한 남방남색공작나비는 1980년대 나비 수집가가 보유한 한 마리 외엔 국내에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잡은 이 나비는 대청도에서 알을 낳은 뒤 우화(羽化·누에가 고치 속에서 번데기가 된 다음 나비로 되어 나오는 것)까지 해 날개가 선명하고 깨끗한 상태.
이외 인천권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물결부전나비’ ‘푸른큰수리팔랑나비’ ‘큰주홍부전나비’ 등은 희귀자료에 속한다.
그는 대청도에서 자라는 식물의 ‘식생지도’도 만들었다.
그는 “대청도에서 관찰한 식물 중에는 정부에서 희귀식물로 지정한 낙지다리, 창포, 정향풀, 민대극, 두루미천남성 등이 있다”며 “대청도에서 자라는 식물은 양치, 겉씨, 속씨 등 104과 453종에 이른다”고 소개했다.
그는 2002∼2006년 대청도에 살면서 거의 육지에 나오지 않은 채 자료 수집에 열성을 보였다. 처음엔 학교 주변에서 수집한 자료를 과학실에 비치해 놓고 교육용으로만 활용하다 체계적인 조사를 위해 섬 전역으로 활동 영역을 넓혔다.
○ 수목원에 ‘서해5도 코너’ 꿈
이제 대청도뿐만 아니라 백령도 소청도 연평도 소연평도 등 서해5도서 전체에 대한 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그는 최근 교감 자격을 얻어 근무 학교를 서해5도서 지역으로 신청해 놓았다.
그는 “중학생 때부터 생물반 활동을 해와 곤충과 식물 표본에 친숙하다”며 “앞으로 학자들의 발길이 뜸한 서해5도서의 곤충과 식물 자료를 체계적으로 모아 수목원에 ‘서해5도서 코너’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