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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왕 세종’ 밀어낸 ‘미디어 포커스’

입력 | 2008-03-15 02:50:00


KBS 1TV ‘미디어 포커스’가 4월 첫째 주 토요일부터 메인 뉴스인 ‘뉴스 9’ 직후 시간대(오후 9시 40분)로 전진 배치된다.

KBS는 31일 시행되는 봄철 프로그램 개편안에서 토요일 오후 9시 40분에 시작하는 1TV 사극 ‘대왕 세종’을 2TV로 보내고, 그 자리에 ‘미디어 포커스’를 1시간여 앞당겨 배치한다고 밝혔다. KBS 이사회는 13일 이 개편안을 승인했다.

남성우 편성본부장은 “시청률이 높은 사극 대신 ‘미디어 포커스’를 방영하는 데 여러 의견이 나왔으나 1TV의 공영성을 강화하고 2TV의 광고 수입을 늘리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KBS의 간판 채널에서 시청자로부터 호평 받은 ‘대왕 세종’을 빼고 ‘코드 방송’이라는 지적을 받는 ‘미디어 포커스’를 배치한 것에 대해 “KBS 정연주 사장의 정략적 판단이 개입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미디어 포커스’는 정 사장이 취임한 직후 이른바 ‘개혁’ 프로그램의 하나로 신설한 것으로 2003년 6월 처음 방영한 이래 남북문제 등에 대해 특정 신문들의 논조를 일방적으로 비난해 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최근 정 사장의 교체설이 불거지자 “정권이 바뀌면 KBS 사장도 교체돼야 한다는 논리는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해치기 때문에 매우 부적절하다”며 정 사장을 두둔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의견을 노조 전체의 의견으로 인용했다가 노조의 반발을 샀다.

KBS 이사회에서는 ‘미디어 포커스’의 전진 배치에 대해 “한 주의 시사 문제를 정리하므로 뉴스 뒤에 나가는 게 맞다”, “매체 비평을 빌미로 코드에 맞춘 주장을 내보낸다는 여론을 감안해 프로그램 성격의 전환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는 등 의견이 엇갈렸다.

KBS 노조는 12일 성명을 내고 “KBS의 대표 프로그램인 대하드라마를 1TV에서 방송해 온 것은 광고 수입 대신 (공영방송의) 명분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며 “광고 수익을 얻는 것보다 더 큰 명분과 시청자들의 신뢰를 잃어버리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밝혔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