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수입 디젤세단 9종류 인기질주
‘국산차에는 없고 수입차에만 있다?’
프리미엄급 대형 디젤 세단을 두고 하는 말이다.
수입차는 고급차의 대명사인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까지 디젤 모델이 들어왔지만 국산차는 중형 세단까지만 디젤 모델이 있을 뿐이다.
럭셔리한 분위기를 강조하는 고급 대형 세단과 왠지 값싼 분위기가 나는 디젤 엔진의 궁합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의외로 좋은 편이다.
디젤엔진 기술의 발달로 소음과 진동이 많이 줄었고, 주행감각과 출력도 가솔린 엔진에 비해 크게 뒤지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초고유가 시대를 맞아 ‘기름 먹는 하마’로 소문난 대형 세단의 연료비를 가솔린 모델 대비 30% 이상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은 기름값을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부자’라도 귀가 솔깃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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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형 디젤 세단 ‘전성시대’
현재 수입되는 디젤 세단은 모두 25종류에 이른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까지 합하면 40종류를 훌쩍 넘는다.
이 중 ‘대형급’에 속하는 세단은 9개 모델이다. 가장 인기 모델은 폴크스바겐 ‘페이톤 3.0TDI’로 지난해 703대가 팔렸다. 크라이슬러 ‘300C 3.0D’가 621대로 그 뒤를 바짝 따라 붙었다. 재규어 ‘XJ 2.7D’도 멋진 디자인과 편안한 승차감을 바탕으로 판매가 늘고 있다. 벤츠 ‘E220 CDI’와 푸조 ‘607 HDi’, 볼보 ‘S80 D5’의 인기도 만만치 않다.
특히 지난달부터 벤츠가 ‘S320 CDI’의 판매를 시작하면서 올해 대형 디젤 세단은 수입차 업계에서 주류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당초 ‘실속형’ 부유층을 노린 틈새모델쯤으로 생각되던 대형 디젤 세단은 오히려 가솔린 모델보다 많이 팔리는 경우도 흔해졌다. XJ 디젤 모델은 지난해 124대가 판매돼 가솔린 모델 85대보다 많았다. 페이톤 디젤은 가솔린 모델의 5배가 팔렸다.
한편 BMW도 올해 3시리즈와 5시리즈에 디젤 모델을 도입하기로 했고, 7시리즈도 검토 중이다.
○ 가솔린 모델 부럽지 않은 성능
디젤의 가장 큰 단점은 소음과 진동이 크다는 것이다. 4기통 엔진은 아직도 그런 단점이 느껴지는 편이지만 대형 세단에 들어가는 V6나 V8 엔진은 예민하지 않은 운전자라면 거의 느끼지 못할 정도로 소음과 진동이 줄었다. 고속주행 중에는 가솔린 엔진보다 소음이 더 적은 모델들도 있다.
출력도 만만치 않다. 최신 디젤 엔진은 출력과 연비를 높여주는 터보차저 시스템이 들어가 3.0L급이면 보통 230∼250마력을 낸다. 가솔린 엔진과 거의 비슷한 출력이다. 최고속도도 시속 230∼250km까지 올리는 것이 가능하다.
특히 순간가속에 도움이 되는 토크는 동급 가솔린 엔진보다 50% 정도 높다. 이 때문에 다른 차를 추월하기 위해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시원한 가속감을 느낄 수 있다.
다만 가속페달을 밟은 뒤 본격적으로 가속이 되는 데는 0.5초 정도의 시간 지체가 발생한다. 가속페달의 감각을 중시하는 운전자에게는 약간 거슬릴 수도 있는 부분이다.
○ 연비도 ‘짱’
차체 중량이 2t을 넘나드는 대형 디젤 세단의 연료소비효율은 보통 L당 10km 안팎이다. 그러나 실제 운전을 하면 체감으로 느껴지는 연비는 더 높다.
3L급 대형 디젤 세단으로 고속도로를 정속주행하면 L당 12∼14km를 달릴 수 있다. 동급 가솔린 엔진 모델은 10km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최소한 20% 이상 연비가 좋은 셈이다.
웬만한 대형 디젤 세단은 한 번 주유로 서울∼부산을 왕복 운행할 수 있다. 실제로 A8 4.2TDI와 페이톤 3.0TDI 모델로 1000km를 달려 본 경험도 있다.
시내 주행에서도 보통 L당 7∼8km 정도를 갈 수 있다. 동급 가솔린 모델은 5∼6km에 불과하다.
디젤은 연비가 20∼30% 정도 좋고, 가솔린에 비해 기름값도 10% 정도 낮기 때문에 전체적인 연료비를 30∼40% 줄일 수 있다.
이런 장점 때문에 원유 가격이 올라갈수록 대형 디젤 세단의 인기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