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겨울철을 보낸 자동차업계는 봄기운이 돌자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 공격적인 홍보전에 뛰어들고 있다.
이 가운데 국산차회사들의 ‘비교 시승행사’와 ‘비교 광고’가 유난히 두드러진다. 국산차들은 최근 약진하고 있는 수입차와 직접 공개 비교하며 전면전에 나섰다.
현대자동차는 19일 충남 서산시 현대파워텍 주행시험장에서 ‘i30 2.0’을 유럽의 경쟁차종과 비교 시승하는 행사를 연다. 타깃은 폴크스바겐의 ‘골프’와 푸조의 ‘307SW’. 이어 29일 경기 화성시 자동차성능시험연구소에서 ‘베라크루즈 3.0’ 디젤 모델과 아우디 ‘Q7’, 지프의 ‘그랜드체로키 3.0’ 모델을 맞붙인다. 이게 끝이 아니다. 다음 달에는 ‘그랜저 뉴 럭셔리 3.3’ 모델과 렉서스의 ‘ES350’ 비교전을 펼친다.
이달 들어 ‘그랜저’ 광고에는 ‘일본차는 조용하다? 비교해 보셨습니까’라는 메시지를 담아 경계심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국산차의 활발한 공격전을 품질에 대한 자신감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무섭도록 빠르게 성장하는 수입차에 대한 위기의식도 엿보인다. 국산차의 동요에는 그럴 법한 이유가 있다. 1월 수입차는 5304대가 팔려 국내차 시장점유율 6%를 처음 돌파했다. 특히 수입차 중 일본차는 베스트셀링 모델 10대 가운데 6대를 차지해 잔뜩 고무된 분위기다.
게다가 ‘수입차 가격거품’은 옛말이 됐다. 지난해 3월부터 인하 경쟁이 시작된 지 1년 만에 수입차 베스트셀링 모델 대부분이 미국 시장의 수준까지 내려왔다. 값싸고 품질 좋은 차라면 소비자도 차의 국적을 묻지 않는 시절이 됐다.
그동안 현대·기아차처럼 내수시장 점유율이 80%에 이르는 회사는 세계에서 유일하다. 현재 국산차의 가격이 합리적인지에 대한 문제 제기도 나온다. 그래서인지 소비자들이 현대·기아차를 바라보는 눈이 곱지만은 않다. 한국의 높은 세금을 감안한다고 해도 미국보다 20% 정도 높은 현대·기아차의 가격에 대한 불만은 더욱 깊어지고 있는 분위기다.
앞으로 수입차에 대한 관세마저 사라진다면 수입차의 시장점유율은 지금의 몇 배로 뛸 가능성이 높다. 그때가서 가격을 낮추고 서비스를 올려봐야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담할지도 모른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