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총리론 처음… 의원들 규정 바꿔가며 연설 허용
反이란 강경자세에 보은… 전후세대인 점도 고려
16일 이스라엘을 방문한 앙겔라 메르켈(사진) 독일 총리가 18일 이스라엘 의회(크네셋)에서 독일 총리로서는 처음으로 연설한다고 AFP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이스라엘 의회 연설은 본래 국가 정상에게만 허용돼 왔다. 독일의 국가 정상은 형식상으로는 대통령이다. 2000년 요하네스 라우 전 독일 대통령은 독일 정상으로선 처음 이스라엘 의회에서 연설한 바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 의회는 메르켈 총리의 이번 방문을 앞두고 의회 규정을 바꿔 그의 의회 연설을 허용했다. 이는 메르켈 총리가 핵무기 개발 의혹을 받고 있는 이란에 보여준 단호한 태도에 이스라엘 의원들이 고마움을 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메르켈 총리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태어나 나치 시대와는 무관한 정치인이라는 점도 고려됐다.
메르켈 총리의 이번 방문은 5월로 다가온 이스라엘 건국 60주년을 앞두고 이뤄졌다.
콘라트 아데나워 옛 서독 초대 총리는 1951년 서독 의회 연설에서 유대인 대학살(홀로코스트)에 대한 독일 국민의 책임을 인정해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에 물꼬를 텄다. 그러나 아데나워 전 총리가 벤 구리온 이스라엘 초대 총리와 미국 뉴욕에서 첫 회담을 갖기까지는 10년이 걸렸고, 이후 정상화에 합의하기까지는 5년이란 세월이 추가로 필요했다.
독일은 1966년 관계 정상화 이후 미국 다음으로 이스라엘에 가까운 우방이자 중요한 무역 상대국이 됐다. 독일은 유대인 대학살 생존자에게 249억 달러(약 24조9000억 원)를 보상했다.
메르켈 총리는 이스라엘 방문에 앞서 “나치의 과거를 생각하면 오늘날 독일과 이스라엘의 관계는 역사의 기적”이라고 말했다.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