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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동빈 기자의 카 라이프]신경 안써주면 자동차도 삐칩니다

입력 | 2008-03-18 02:58:00


어젯밤이었습니다.

주차타워에 한 달간 세워둔 애마(愛馬)의 상태가 궁금해서 시동을 걸어봤는데 배터리가 방전돼 엔진이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나름대로 자동차에 해박하다고 자부해온 스스로가 부끄러워지더군요. 독자 여러분에게 자동차 관리에 대해 이것저것 조언하는 자동차 담당 기자의 입장이 말이 아니었습니다.

주로 시승차 아니면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기 때문에 애마를 운전하는 것은 한 달에 한두 번이 고작입니다. 지난 2년간 주행거리가 7000km에 불과할 정도니까요.

배터리가 정상이고 완전 충전됐다면 보통 두 달 정도는 차를 세워 놓아도 시동이 걸리는데, 한 달 만에 방전이 된 원인을 곰곰이 생각해봤습니다. 문제는 충전 부족이었습니다. 배터리는 보통 3년에서 5년까지 버티는데 교체한 지 1년밖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배터리 충전을 위해 일부러라도 한 달에 한 번은 1, 2시간 운전을 했는데 그 정도로는 충전이 부족했던 모양입니다. 특히 야간에 전조등을 켠 상태에서만 주행을 해서 충전율이 낮았던 것입니다.

전문가에게 문의해 보니 이런 상황은 매일 운행해도 발생할 수 있다고 합니다. 하루에 5km 이내의 짧은 주행만 반복할 경우 배터리에 담긴 전기의 양이 점차 줄어들어 어느 날 갑자기 시동 불능에 빠질 수 있다고 하네요. 방전을 막으려면 한 달에 한두 번은 1시간 이상씩 주행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배터리 방전을 막자고 불필요한 주행을 할 수도 없는 일이라 장거리 주행을 권장하기도 애매합니다.

차선책으로 생각한 것은 방전에 대한 준비를 해두자는 것이죠. 정작 차가 급하게 필요할 때 시동이 걸리지 않으면 곤란하니까요.

단거리 주행만 반복하는 분이라면 트렁크 안에 다른 차의 배터리를 연결할 수 있는 시동케이블을 꼭 준비해두세요.

또 보험사의 긴급출동 서비스에 가입해두는 것도 방법입니다. ‘112’에 전화를 해도 순찰차가 와서 시동이 걸리도록 해준다지만 꼭 필요한 곳에 써야 하는 경찰력이 낭비될 수도 있으니까요.

한 가지 더. 장기 주차할 때는 타이어에 공기를 규정치보다 10% 높게 채워두는 것도 잊지 마세요. 시동이 걸려도 타이어 공기가 모두 빠져버린 상태라면 허사니까요. 자동차는 이동의 자유를 주지만 신경을 써주지 않으면 언제든 앙탈을 부리는 것 같습니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