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아침 한국증시에 직접적 영향
“갈수록 태산이다.”
‘베어스턴스 위기’라는 폭탄을 맞은 17일 국내 증시는 52주 신저가(新低價)를 경신한 종목이 속출하며 초토화됐다. 이날 코스피시장 109개, 코스닥시장 153개 등 모두 262개 종목이 지난 52주 동안 가장 낮은 주가 수준을 보였다.
폭락으로 한 주를 시작한 한국 증시는 이번 주 내내 ‘지뢰밭’을 걸어야 한다.
미국의 실물 경기를 가늠하는 주요 경제지표와 금융기관들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피해를 알려주는 실적이 줄줄이 발표된다. 경제지표와 금융부실 규모가 예상보다 악화된 것으로 나오면 국내 증시는 또 한 번 충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증시의 초점은 18일 열리는 미국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회의로 모아진다. 현재 0.5∼0.75%포인트의 금리 인하가 예상되지만 파격적으로 1%포인트 이상 낮출 가능성도 있다.
하나대투증권 김영익 리서치센터장은 “과감한 정책 대응에 나선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대폭적인 금리 인하 카드를 꺼낸다면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SK증권 최성락 연구원은 “금리 인하와 유동성 지원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기 때문에 신용경색이라는 터널을 완전히 빠져나오기 전까지 유동성 위기가 반복적으로 증시를 괴롭힐 가능성이 크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와 골드만삭스(18일), 모건스탠리(19일) 등 투자은행의 실적 발표와 신규주택착공건수(18일), 필라델피아 제조업지수 등 주요 경제지표 발표도 국내 주식시장을 뒤흔들 만한 재료들이다.
일각에서는 주가 하락으로 가격 부담이 사라지면서 저가(低價) 매입을 노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우리투자증권 강현철 투자전략팀장은 “지난해 말 국내 주식시장의 주가수익비율(PER·주가를 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수치)이 13∼14배였지만 올해 들어 10배 이하로 내려왔다”며 “역사적으로 PER가 10배 이하로 내려온 것은 1998년 외환위기, 2000년 정보기술(IT) 버블 붕괴, 2004년 카드 대란 등 3차례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