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지 착오로 시간 바꾸자 학생들 휴대전화로 다른 학교와 ‘정답 교류’
경찰, 대치동 학원강사 재소환… 문제집 비교분석 나서
서울시교육청이 주관한 전국연합학력평가 문제 일부가 경기 성남시의 한 고교에서도 유출돼 교육청이 자세한 경위를 확인하는 중이다.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성남시 A고는 12일 고3 학생 420여 명을 대상으로 시험을 치르면서 “수리영역 시험문제지에 착오가 생겼다”며 다른 학교와 달리 2교시 수리영역 시험을 3교시에, 3교시의 외국어영역 시험을 2교시에 실시했다.
일부 학생은 시험 시간이 바뀌자 휴대전화 문자서비스를 이용해 다른 학교 학생에게 외국어영역 시험문제와 정답을 보내주는 대신 수리영역 문제와 정답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A고는 인터넷을 통해 시험문제지 유형을 신청하는 과정에서 담당 교사가 인문계 학생(300여 명)을 위한 수리영역 ‘나’형 문제를 자연계용 ‘가’형 문제로 잘못 기재해 불가피하게 시험시간을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 학교는 본부용으로 온 수리영역 ‘나’형 문제지를 교내에서 임의로 복사해 인문계반 학생의 시험을 치렀다.
이 과정에서 학력평가를 대학수학능력시험 시행 절차에 준해 실시하고 부정행위를 막기 위해 휴대전화를 갖고 오지 못하도록 하는 지침을 지키지 않는 등 시험을 허술하게 관리한 사실이 확인됐다.
A고는 “정확하게 몇 명의 학생이 어느 정도의 시험문제와 정답을 다른 학교 학생과 주고받았는지 확인하지 않았지만 시험관리를 잘못한 것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한편 모의 수능 문제 유출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 송파경찰서는 17일 출제된 문제와 같은 내용의 수리영역 문제집을 만든 서울 대치동 학원강사 유모 씨를 다시 불러 제작 경위를 조사했다.
유 씨는 이날 오후 6시경 문제집 10여 권을 담은 쇼핑백을 메고 경찰서에 들어서며 “결백을 증명할 자료가 여기 다 있다”고 말했다.
유 씨는 16일 경찰 조사에서 “출제위원들이 내가 쓴 문제집에서 좋은 문제들을 골라냈다”며 유출 의혹을 부인했다.
경찰은 유 씨가 제출한 자료와 학력평가 문제를 비교하고 학력평가 출제 시점인 1월 22일보다 앞서 문제집을 만들었는지 확인할 방침이다.
성남=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신광영 기자 n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