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컵까지는 7.6m의 만만치 않은 거리. 게다가 내리막 슬라이스 라인이었다.
하지만 퍼터를 떠난 공은 마치 마법에 걸린 듯했다. 5m 정도를 굴러간 뒤 슬슬 오른쪽으로 휘어지더니 홀 안으로 사라졌다.
숱한 명장면을 연출한 타이거 우즈(33·미국)였지만 이번만큼은 흥분을 주체할 수 없었다. 주먹을 내지르는 특유의 어퍼컷 세리머니에 앞서 쓰고 있던 모자를 그린에 내동댕이쳤다. 이번 대회 내내 4m 넘는 거리에서 시도한 20개의 퍼트를 모두 실패했기에 승리의 환희는 더욱 짜릿했다.
우즈가 17일 미국 올랜도 베이힐GC(파70)에서 끝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에서 최종일 17번 홀까지 공동선두였다 18번홀(파4)에서 극적인 버디를 낚으며 우승했다. 다른 4명과 공동선두로 출발한 그는 이날 4타를 줄여 합계 10언더파 270타로 바트 브라이언트(미국·9언더파)를 1타 차로 제쳤다.
이로써 우즈는 올 시즌 4전승을 포함해 최근 7개 대회 연속 우승을 질주했다. PGA투어만 5연승을 올리며 통산 64승으로 벤 호건과 최다승 공동 3위에 올라섰다. 46세 때 64승을 거둔 호건보다는 13년이나 빠른 페이스로 이제 그의 눈높이는 잭 니클로스(73승)와 샘 스니드(82승)에게 맞춰졌다.
대회를 주최한 통산 62승의 파머(69)는 자랑스럽다는 듯 우즈의 목덜미를 쓰다듬었다. 2003년 대회 4연패를 달성한 뒤 5년 만에 이뤄진 다섯 번째 우승이며 상금은 104만4000달러(약 10억7000만 원).
2001년 대회에서도 마지막 홀 버디로 필 미켈슨(미국)을 제치고 1타차 우승을 이끌어냈던 우즈는 “전에도 해봤으니 이번에도 해낼 수 있다고 주문을 걸었다”고 말했다. 우즈보다 먼저 홀아웃한 뒤 연장전을 고대하던 브라이언트는 “타이거다운 마무리”라며 칭찬했다.
한편 국내에서 우즈의 우승 소식을 접한 최경주는 “강인한 정신력과 최고의 기량을 갖춘 우즈가 본인이 원하는 코스와 대회를 찾아간다면 바이런 넬슨의 11연승 기록도 얼마든지 깨뜨릴 것 같다”고 예상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