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마 바라볼 수 없어…이혜진 양이 다녔던 경기 안양시 명학초등학교 교실. 17일 영결식이 끝난 뒤 이 양의 가족이 교실을 찾아 국화 한 다발이 놓여 있는 자리를 쳐다보고 있다. 안양=변영욱 기자
이혜진양 평소 뛰놀던 학교운동장서 ‘마지막 작별’
“이제 너를 보내야 하는구나. 친구들도 선생님도 운동장도 모두 너를 너무나도….”
실종된 지 77일 만에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온 이혜진(10) 양의 영결식이 열린 17일 경기 안양시 명학초등학교 운동장.
학생 대표로 추모사를 읽어 내려가던 혜진 양의 단짝 친구 조미주(11) 양은 결국 참았던 눈물을 훔쳤다.
전교생 900여 명과 학부모 시민 200여 명이 혜진 양의 마지막 등굣길을 지켜보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피구를 좋아하고 노래를 좋아했던 혜진아, 부디 하늘나라에서라도 마음껏 노래 부르며 행복하게 지내.”
미주 양이 떨리는 목소리로 추모사를 읽어가는 동안 이제 막 5학년이 된 혜진 양의 친구들은 하나 둘씩 고개를 떨어뜨렸다.
“정말 혜진이가 죽은 건가요? 이제 못 보나요?”
혜진 양과 유치원 때부터 친구였던 장예은(11) 양의 울음 섞인 질문에 선생님은 말없이 예은 양의 머리만 쓰다듬었다.
운동장 한쪽에서 영결식을 지켜보던 학부모들도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학부모 김모(38·여) 씨는 “내 딸은 아니지만 눈에 밟혀 마지막 모습이라도 보러 나왔다”라며 “어린 것이 얼마나…” 하고 말을 잇지 못했다.
영결식이 끝난 뒤 가족들은 영정을 들고 혜진 양이 공부했던 4학년 3반 교실로 향했다.
햇볕이 잘 드는 창가 쪽 세 번째 자리. 혜진 양이 앉았던 책상에는 하얀 국화 한 다발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혜진아…내 딸아….”
영정과 함께 교실을 찾은 혜진 양의 어머니는 빈 책상을 연방 쓰다듬으며 북받친 눈물을 쏟아냈다.
가족들은 영정을 들고 혜진 양이 무사히 돌아오길 바라며 새로 배정됐던 5학년 3반 교실을 지나 운구차에 올랐다.
3월의 따뜻한 햇살이 혜진 양이 뛰놀던 교정을 환하게 비추던 날. 눈시울이 붉어진 친구들의 배웅을 받으며 혜진 양은 하늘나라로 향했다.
안양=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 영상취재: 신세기 동아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