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 사이에 ‘개혁 물갈이 공천’ 경쟁이 붙으면서 탈락한 현역 의원들이 대거 무소속 출마 의사를 밝히고 있다. 현재까지 무소속 출마 의사를 밝힌 의원은 여야 합쳐 10여 명이며, 검토하고 있는 의원까지 합치면 최대 30여 명이 무소속으로 출마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나라당은 친박근혜계 의원들의 ‘무소속 연대’가 가시화되고 있고 민주당도 공천에서 탈락한 이인제 의원이 무소속 출마를 위해 18일 탈당하는 등 상당수 의원이 무소속 출마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 의원은 1997년 이후 신한국당 새천년민주당 자유민주연합 국민중심당 통합민주당을 탈당해 다섯 번 탈당 기록을 갖게 됐다. 그러나 역대 총선에서 무소속 후보의 당선율은 점점 줄어들고 있어 이들 중 몇 명이나 국회에 진입할지는 미지수다.》
▼서청원-홍사덕 “친박연대 결성”▼
지난해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박근혜 전 대표 캠프의 선거대책위원회 고문과 선대위원장을 각각 지낸 서청원 전 대표와 홍사덕 전 의원이 19일 한나라당을 탈당해 가칭 ‘친박연대’를 결성한다.
이들을 비롯해 친박 계열인 이규택 이강두 엄호성 의원 등은 18일 이같이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서 전 대표의 한 측근은 통화에서 “서 전 대표와 홍 전 의원이 내일 오전 서울 여의도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미래한국연합 입당을 선언한 뒤 조만간 당 이름을 친박연대로 바꿔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측근은 또 “서 전 대표는 총선에서 자신의 지역구였던 서울 동작갑에 출마할 예정이며, 홍 전 위원장도 경기 광주나 서울 강남지역 출마를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는 별도로 부산의 김무성(남을) 유기준(서), 대구의 박종근(달서갑) 이해봉(달서을), 경북의 김태환(구미을) 이인기(고령-성주-칠곡) 의원 등 영남권 의원은 ‘친박 무소속 연대’를 구성해 출마할 예정이다.
김무성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서 “한나라당이 과반이 안 될 게 틀림없기 때문에 무소속 당선자를 모시는 웃기는 일이 생길 것”이라며 “반드시 승리해 당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친이명박 대통령 계열 중 공천 탈락한 권철현(부산 사상) 정형근(부산 북-강서갑) 이재웅(부산 동래) 의원도 무소속 출마를 준비 중이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민주 이인제 의원 5번째 탈당▼
통합민주당의 공천심사에서 탈락한 예비후보들은 텃밭인 호남지역을 중심으로 무소속 출마 의사를 한 명 두 명 밝히고 있다.
전남 목포지역 현역의원으로 공천에서 탈락한 이상열 의원은 18일 “그동안 지역신문 여론조사에서 단 한 번도 1위를 놓친 적이 없었다”며 무소속 출마 의사를 분명히 했다.
전북 정읍시장 출신으로 낙천한 유성엽 예비후보는 “내가 왜 공천자에게 졌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출마 계획을 발표했다.
전남지역에서 탈락한 A 씨는 “지역 민심이 공천심사 결과를 좋게 안 본다”며 “호남의 지지로 태어난 참여정부가 국정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았는데 국회 및 행정부에 참여했던 이들이 대거 공천을 받았다는 점에서 유권자의 실망감이 크다”고 말했다.
호남권 무소속 바람의 중심이 될 수 있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남 김홍업(전남 무안-신안) 의원과 박지원(전남 목포)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신중한 자세를 유지했다.
김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아직 드릴 말씀이 없다”면서도 “다만 지역구를 떠나지 않고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전 실장 측 인사는 “아직 이렇다 할 구상을 못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 당직자들은 “김 의원, 박 전 실장의 무소속 출마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공천에서 탈락한 후보 가운데 이의신청을 한 채일병(전남 해남-진도) 의원은 서울에서 재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