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자 정모 씨는 평소 조용한 성격으로 이웃에게 거의 눈에 띄지 않는 사람이었다.
2002년 지금의 집으로 이사 온 뒤 대리운전사로 일했지만 집세를 2년 가까이 못 낼 만큼 생계가 어려웠다. 2년 전에는 알코올의존증을 앓던 동거녀를 잃기도 했다.
정 씨는 동네 어린이들과는 먹을 것도 사주고 집에 데려와 놀기도 하는 등 비교적 가까이 지냈다.
경찰이 압수한 정 씨의 컴퓨터에는 음란 동영상 700여 건이 저장돼 있었다. 이 중에는 ‘롤리타’ 같은 소녀가 등장하는 포르노물도 있었다. 경찰은 이 같은 포르노물이 이번 사건과 관련이 있는지 조사하고 있다.
한편 정 씨는 침착하면서도 치밀하게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씨가 검거된 직후 횡설수설하며 경찰 수사에 혼선을 주는 데 대해 경찰은 ‘계산된 행동’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정 씨의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머리카락은 썩는다’ ‘호매실IC’ ‘토막’ 등의 검색어를 인터넷에 입력한 흔적이 남아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한다. 경찰에 따르면 정 씨의 컴퓨터에는 자신의 집 주변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의 위치를 검색한 흔적도 있었다.
정 씨가 언론보도를 보며 경찰에 붙잡힐 것에 대비해 꼼꼼하게 관련 지식을 챙겼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정 씨는 처음부터 당당한 태도를 보였으며 우예슬 양의 시신이 발견된 시점까지 동요하지 않고 답변을 하고 있다”며 “20명을 연쇄 살해한 유영철의 형량 등에 대해 묻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석사 출신의 심리분석가 2명을 투입해 정 씨를 설득하고 있다.
안양=홍수영 기자 ga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