直(직)은 열 개의 눈으로 보는 것으로 바르게 보다의 뜻이다. 그로부터 곧다 또는 바르거나 정직하다는 뜻이 나왔다. 동사로는 펴다 또는 바로잡다의 뜻이 된다. 또 값이나 품삯의 뜻으로 値(치)와 통용될 때는 ‘치’로 읽어야 한다. 蘇軾(소식)은 春宵一刻直千金(춘소일각치천금)이라고 하였다. 봄밤은 짧은 시간도 천금의 값이 나간다는 말이다. 伐(벌)은 사람의 머리를 창으로 베는 모습의 글자이다. 伐木(벌목)처럼 베다의 뜻, 討伐(토벌)처럼 공격하다의 뜻이 있다. 적의 목을 베는 것에서 功勞(공로) 또는 자랑하다의 뜻이 나왔다.
甘(감)은 입 속에 음식이 있는 모습으로서 달다는 뜻이다. 단맛 외에 듣기 좋거나 마음에 드는 것도 포함된다. 甘言利說(감언이설)은 달콤함과 이로움으로 그럴듯하게 꾀는 말이다. 井(정)은 우물이다. 우물 속에 앉아 하늘을 본다는 뜻의 坐井觀天(좌정관천)은 견문이 적음을 비유한다. 竭(갈)은 몸을 굽혀 온 힘을 다해 무거운 것을 지고 일어서는 것을 가리킨다. 짊어지다의 뜻 외에, 다하다의 뜻과 마르다 또는 없어지다의 뜻으로 많이 쓰인다. 竭力盡能(갈력진능)은 있는 힘과 능력을 모두 발휘한다는 뜻이다. 竭澤而漁(갈택이어)는 못을 말려 물고기를 잡는다는 말로, 후일을 생각하지 않고 당장의 이익만을 꾀함을 비유한다. 곧게 자란 나무가 먼저 베이고 맛이 달콤한 우물물이 먼저 마른다. 유용한 탓에 해를 당하고 생명력을 상실하는 것이다. 그처럼 우리가 추구하는 유용함도 더 큰 관점에서 보면 결국 스스로를 해치는 것일 수도 있다. 인위적인 판단기준을 부정하는 ‘莊子(장자)’에 보이는데, 그 주장을 따르지 않더라도, 눈에 보이는 기준에서의 쓸모없음이 지니는 더 큰 쓸모에 대해서도 생각해봄 직하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