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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석기자의 퀵 어시스트]KCC 연승의 이유, 단장의 존재 이유

입력 | 2008-03-19 02:56:00


프로농구 정규리그가 1주일도 채 남지 않았다.

올 시즌 관심사 중 하나는 스타플레이어 출신 허재(43) KCC 감독과 이충희(49) 오리온스 감독의 자존심 대결이었다.

이들은 시즌 초반 나란히 고전하다 허 감독은 시간이 흐를수록 분위기를 되살려 상승세를 탔다. 반면 이 감독은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7년 만에 어렵게 복귀한 코트를 허망하게 떠났다.

허 감독과 이 감독의 명암이 갈라진 데는 개인 능력, 선수 구성 등도 물론 작용했겠지만 주변 환경의 차이도 큰 영향을 끼쳤다.

허 감독은 구단의 전폭적인 신뢰 속에 시행착오가 있었어도 극복할 수 있는 시간을 얻었으나 이 감독은 온갖 ‘외풍’에 시달리며 주변의 믿음을 사는 데 실패했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이 감독 역시 이런 아쉬움을 밝히며 특히 허 감독 곁에 선수 출신인 최형길 KCC 단장 같은 든든한 존재가 있다는 사실을 부러워했다.

최 단장은 허 감독의 용산중·고 4년 선배로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해왔다. 1998년 나래에서 프런트와 선수로 처음 호흡을 맞춘 뒤 음지에서 허 감독의 부족한 점을 채워 왔다. 올 시즌 KCC로 옮긴 최 단장은 바람막이를 자처하며 지도자 경험이 부족한 허 감독이 소신껏 팀을 이끌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허 감독이 우수 선수를 보강하고도 하위권을 맴돌아 고민할 때는 멀리 보는 여유를 조언했고 지인들에게는 허 감독에 대한 따뜻한 관심을 부탁하고 다녔다. 마음씀씀이가 남다르다 보니 KCC가 서장훈 영입에 이어 신인 최대어 하승진까지 뽑게 된 것이 ‘단장의 복’이란 얘기까지 나왔다.

허 감독은 용산중에서 농구를 하는 맏아들의 경기를 보러 17일 장충체육관을 찾았다. 최 단장도 선뜻 동행해 허 감독 가족과 함께 앉아 응원까지 하며 평소 집안일에 소홀했던 가장의 얼굴을 살려줬다. KCC는 6라운드 들어 1패도 없이 6연승을 달리며 2위를 굳혔다. 그저 멤버만 좋다고 해서 얻어진 결과는 아니다. 잘되는 집안에는 뭔가 남다른 이유가 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