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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장률 6%를 잡을까…물가상승률 3.3%를 잡을까

입력 | 2008-03-20 03:02:00


■ 새 정부, 물가 - 성장 사이에서 고민

“물가냐 성장이냐….”

잇따른 원자재 값 폭등과 최근의 환율 상승(원화 가치 하락)으로 물가가 불안해지자 이명박 대통령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환율 상승 억제는 물가 불안을 해소할 수 있겠지만, 이 대통령이 ‘경제 대통령’을 표방하며 내세웠던 성장률 제고에는 브레이크로 작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의 엔진 역할을 하는 수출을 자극하지 못하는 것이다.

일단 이 대통령과 청와대 핵심 참모들은 급작스러운 물가 불안은 진정시켜야 하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의 거시정책조정회의 후 정부가 환율에 ‘구두 개입’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청와대의 한 핵심 관계자는 “구체적인 수치를 밝힐 수는 없으나 ‘더는 곤란하다’는 심리적 환율 상승 저지선은 있지 않겠느냐”며 “다행히 시장이 안정 기미를 보이고 있어 더 이상의 개입은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생각하는 원-달러 적정 환율이 1000원 수준일 것으로 관측하는 시각이 많다.

이 대통령이 최근 ‘장바구니 물가는 잡아야 한다’ ‘생필품 50개 품목은 물량 수급으로 안정시킬 수 있다’며 물가 안정론을 잇달아 제기한 배경은 민생경제 불안이다. 특히 이는 3주 앞으로 다가온 4월 총선거의 표심과도 직결되어 있다.

“경제 하나는 반드시 살려놓겠다”며 당선된 이 대통령에게 라면 등 생필품의 가격이 요동치는 상황만큼 선거 악재(惡材)도 없다.

그러나 총선이 끝나고 주변 경제 환경도 안정을 되찾는다면 이 대통령이 ‘물가 지상주의’를 계속 고집할 것으로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이 대통령의 핵심 경제 참모는 “갑작스러운 물가 상승으로 인한 시장 불안을 해소하자는 것일 뿐 ‘MB노믹스’가 언제까지 물가에만 집중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물가가 진정되면 환율은 일상적 관리 체제로 전환하고, 규제 완화 등을 통한 기업 투자 제고와 일자리 창출 등 ‘성장 이슈’에 다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일자리가 풍부해지고 기업 투자가 살아나면 물가는 일정 수준까지 올라도 큰 무리가 없다는 게 청와대와 기획재정부의 일치된 견해”라고 밝히기도 했다.

정부도 범정부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물가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공공요금 인상 억제, 사재기 단속, 유통구조 개선 등을 통해 물가를 안정시키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하지만 물가에만 매달려 경상수지와 성장을 포기하면서까지 환율을 떨어뜨리지는 않겠다는 것. 경제주체들에게 충격을 줄 정도의 환율의 급변동을 막는 정도로 정책을 운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