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공부해서 꼭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경북 영천시 대창면 대창리 영창중 1학년 김종태(14) 군은 학교 다니기가 즐겁다. 며칠 전 자신의 이름이 쓰인 장학증서와 함께 20만 원을 받았기 때문이다.
김 군을 비롯해 이 학교 전교생 56명은 모두 장학증서와 20만 원씩을 받았다. 이 금액은 학생들이 내는 학교운영지원비(연간 16만 원)에다 참고서 구입비 4만 원을 더한 것이다.
이 학교 학생들은 졸업할 때까지 학교운영지원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장학금을 준 남정장학재단(이사장 박흔택·62)이 앞으로도 계속 지급하기로 약속한 것이다.
이 학교의 경우 학부모 대부분이 농사를 지어 형편이 넉넉하지 못한 편이다.
남정장학재단은 대창면 출신으로 국내에서 처음으로 나일론 양말을 만든 고(故) 남정 박종식 전 ㈜경영섬유공업 대표가 생전에 밝힌 ‘장학재단을 만들어 고향의 학생들을 도와 달라’는 뜻을 기려 2006년에 설립됐다.
남정장학재단은 영창중 졸업생이 우수한 성적으로 고교나 대학에 진학할 때도 장학금을 줄 방침이다.
1971년 개교한 영창중은 1980년대에는 전교생이 800여 명에 달했으나 5년 전에는 30명으로 급감해 폐교 대상 학교가 됐다.
이에 교직원과 동창회, 주민들이 ‘학교 살리기’에 나서 시내로 전학 가는 학생이 줄어들면서 최근 들어 50∼60명 선을 유지하고 있다.
2006년 부임한 임종식(54) 교장은 장학재단 설립 소식을 듣고 “농촌 학생들을 격려해 달라”고 요청해 이번 장학금 지원이 이뤄졌다.
학교 측은 학생들이 꿈을 키울 수 있도록 매월 각 분야에서 활약하는 전문가를 초청하는 강연도 마련하고 있다.
임 교장은 “교사 8명이 방과 후 교육을 통해 학생과 학부모의 신뢰를 받으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학생들이 반듯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교직원들이 ‘부모의 마음’으로 지도하겠다”고 말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