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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골목 안’ 민생치안이 法治의 ABC다

입력 | 2008-03-20 22:45:00


경기 서남부 부녀자 연쇄실종 사건을 수사해온 군포경찰서는 2004년 7월 전화방 도우미 정모(당시 44세) 여인 실종사건 수사 때 이번 우예슬, 이혜진 양 살해사건의 피의자 정모(39) 씨를 잡을 수도 있었다. 정 씨는 실종된 정 여인과 마지막 통화를 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3년 뒤인 작년 5월 경찰은 정 씨를 검거할 수 있는 또 한 번의 기회를 잡았다. 실종된 정 여인의 소재를 파악하려고 탐문조사를 하던 중 또 다른 전화방 도우미 여성 A 씨가 정 씨 집에서 성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러나 A 씨가 신원 노출을 꺼려 수사에 협조하지 않자 경찰은 정 씨에 대한 수사를 중단하고 그를 그냥 놓아주었다.

작년 12월 25일 혜진, 예슬 양이 실종됐을 당시에도 한 동네에 사는 정 씨는 경찰의 용의선상에 있었다. 그러나 수사를 맡은 안양경찰서는 정 씨가 과거 부녀자 실종사건 및 성폭행 사건의 용의자였다는 사실을 몰랐다. 군포경찰서가 수사 자료를 넘기지 않는 바람에 정 씨는 1차 탐문수사 때 용의선상에서 쉽게 빠져나갔다. 2004년 7월 사건과 2007년 5월 사건의 수사가 제대로 됐거나 두 어린이가 실종된 즉시 안양경찰서와 군포경찰서가 기초적인 공조수사만 했어도 ‘예슬 혜진 양 실종사건’ 수사는 훨씬 쉽게 풀렸을 가능성이 높다.

자녀 실종에 고통을 받아온 부모들은 예슬 혜진 양 사건 이후 더욱 끔찍한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자식을 둔 많은 부모가 비슷한 심정이다. 이명박 정부는 법치(法治)를 바로 세우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국민을 불안케 하는 민생 범죄자들을 번번이 놓쳐버리는 구멍 뚫린 치안태세로는 법치를 지킬 수 없다. 흉악범을 비롯한 범죄자들로부터 국민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기본적인 법치라는 사실을 정부는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

시위 진압 경찰의 눈앞에서 벌어지는 불법은 법집행 의지만 있으면 언제라도 바로잡을 수 있다. 법치의 근간은 바로 동네 골목에서 뛰노는 어린이들이 범죄에 무방비로 방치돼 있는 데서 흔들리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