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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파워생존 위한 도전과 경쟁

입력 | 2008-03-21 02:58:00




“유통왕국, 귀퉁이부터 허물어라”

가전 -신발 등 전문매장, 할인점에 도전

온라인 쇼핑-공동구매도 새 ‘유통파워’로

6개월 된 아기를 둔 주부 김모(33) 씨는 공동구매를 통해 유아용품을 산다. 기저귀나 아기용 목욕수건 같은 상품은 대형마트나 인터넷쇼핑몰보다 공동구매가 싸기 때문이다. 최근 중고교 학부모 사이에서 불고 있는 ‘교복 공동구매 열풍’도 비슷한 맥락이다.

공동구매의 목적은 단순하다. 대량 구매를 통해 가격을 낮추겠다는 것이다. 기존 유통업체가 가진 ‘구매 파워’를 소비자가 가져간 셈이다.

○ 인터넷 발달이 ‘현명한 소비자’ 양산

공동구매는 생활용품, 의류에서부터 자동차용품까지 범위가 넓다. 소비자가 제조회사나 유통회사와 직거래를 하거나 해외 제품 구매를 대행해 주는 곳도 있다. 인터넷 사이트 ‘다음’에만 공동구매와 관련된 카페가 6000개가 넘는다. 기존 온라인쇼핑몰이나 동호회 등도 수시로 공동구매 행사를 한다.

인터넷의 발달은 이처럼 적극적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알뜰하게 구매하는 소비자를 양산했다. 소비자 권력이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같은 기존 유통회사를 위협하는 새로운 ‘파워’로 등장한 것은 온라인쇼핑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2003년 6조6000억 원이던 온라인쇼핑몰 규모는 지난해 16조5000억 원으로 4년 만에 9조9000억 원이나 늘었다. 온라인쇼핑몰 업계는 2010년 시장 규모가 27조7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 카테고리 킬러, 복합 쇼핑몰도 도전장

대형마트와 백화점에 도전하는 또 다른 유통 파워는 카테고리 킬러와 복합 쇼핑몰이다.

카테고리 킬러는 한 품목만 파는 전문매장이다. ABC마트(신발), 오피스디포(문구) 하이마트(가전) 등 전문성을 가진 카테고리 킬러들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이곳에선 소비자들이 다양한 회사의 여러 제품을 비교해 볼 수 있다. 숙명여대 경영학부 서용구 교수는 “카테고리 킬러가 커지면 자체브랜드(PB) 상품을 개발해 대형마트에 도전하게 될 것”이라며 “누가 판로를 장악하느냐에 따라 유통파워도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쇼핑에 여가생활이 포함된 몰링(malling)이 새로운 유통 트렌드로 부상하면서 복합 쇼핑몰도 새로운 유통 파워로 성장하고 있다. 코엑스몰이나 아이파크몰에 들러 물건을 사고 영화를 보고, 식사도 하는 몰링은 서구에서는 대표적인 소비 형태로 자리 잡고 있다.

○ 몸집 불리기와 글로벌 소싱

기존 대형 유통업체들은 이들의 도전을 지켜보면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백화점 업계는 인터넷쇼핑몰이나 홈쇼핑을 잇달아 인수해 몸집을 불리고 있다.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유통 파워의 도전을 방어하기 위해서다. 롯데백화점이 2010년 김포공항 인근에 열 예정인 ‘스카이파크’나 신세계가 내년 3월 부산에서 개점하는 ‘센텀시티점’처럼 대형 유통업체들은 복합 쇼핑몰 사업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대형마트들도 중국 베트남 등 해외에서 제품을 구입하는 ‘글로벌 소싱’으로 가격경쟁력 확보에 나섰다. 국내 기업을 ‘쥐어짜는 것’만으로는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다.

기존 유통회사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광운대 경영학과 임영균 교수는 “유통업체들이 국내 시장만으로 수익을 남기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며 “중국 등 수요가 뒷받침된 시장을 선점하고 다변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