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금메달 만들어 보겠습니다.” 한국 남녀 최고 마라톤 선수인 이봉주와 이은정을 지도하고 있는 오인환 삼성전자 육상단 감독. ‘공부하는 감독’인 그는 “철저한 맞춤형 훈련으로 8월 올림픽을 준비하고 있으니 기대해 달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중국 베이징 현지답사 때 올림픽주경기장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한 이봉주와 오인환 감독, 이은정(왼쪽부터). 사진 제공 삼성전자육상단
8월 열리는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12년 만의 올림픽 마라톤 메달은 가능할 것인가.
그 답은 오인환(50) 삼성전자 육상단 감독만 알 것 같다. 현재로선 가장 메달에 근접한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38)와 ‘한국 여자마라톤의 간판’ 이은정(27)을 함께 지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 감독은 “미래를 점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하죠. 하지만 1996 애틀랜타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이봉주는 언제나 우승 가능권이고 이은정은 더 도약할 수 있는 재능이 있으니 기대됩니다”라고 말했다.
○ 맞춤훈련으로 메달 도전
이봉주가 만 38세의 나이에도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는 배경엔 오 감독의 한 치의 오차 없는 맞춤훈련이 있다. 한솥밥을 먹은 지 14년. 달리는 자세만 봐도 컨디션을 아는 오 감독이 있었기에 이봉주가 16일 열린 2008 서울국제마라톤대회 겸 제79회 동아마라톤대회에서 37번째 풀코스 완주를 할 수 있었다. 다른 선수들은 피로도 검사나 맥박 체크로 컨디션을 알 수 있지만 이봉주에 대해서는 “한번 뛰어봐” 하면 알 정도다.
웨이트트레이닝과 서킷트레이닝을 적절히 조화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보강훈련, 그리고 40km 장거리 지구력 훈련까지. 풀코스 완주 전 3개월간의 훈련은 늘 이봉주를 ‘10년 전 이봉주’로 만들었다.
일본인 무라오 신예츠 코치가 전담하던 2004 서울국제마라톤 챔피언 이은정도 이젠 오 감독이 지도한다. 오 감독은 “은정이는 스피드가 좋아 지구력만 키우면 충분히 메달권이다. 최근 슬럼프를 딛고 정신적으로 성숙해 쑥쑥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 공부 또 공부
오 감독은 다양한 인맥을 동원해 세계 마라톤 조류를 읽는다. 세계적인 마라톤 사단인 ‘로사 사단’을 이끌고 있는 가브리엘 로사(이탈리아) 박사를 비롯해 미국 고지훈련의 메카 볼더의 브랜든 릴리 코치, 미국 대표팀 코치, 일본 마라톤 감독 등 각종 국제대회나 훈련 때 만나는 사람들과 정보를 공유한다.
지금까지 각종 트레이닝방법론과 마라톤생리학 책을 섭렵한 것은 기본이고 처음 고지훈련을 실시할 때 20권이 넘는 고지훈련 관련 논문을 읽었다. 지금까지 12회의 고지훈련을 시도했는데 “고지에선 생리적 변화가 큰 데다 개인차가 커 특별 맞춤훈련을 하지 않으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그의 지론.
“마라톤은 정신력이 중요하다. 이봉주 이은정 같은 정신력을 가진 선수가 나타나지 않아 안타깝다.”
오 감독은 장애인시설 자원봉사 등 다양한 방법으로 선수들의 정신력을 다잡고 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