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이저리그의 배리 본즈(45)는 환영받지 못하는 홈런왕이다. 지난해까지 홈런 762개를 쳤지만 금지 약물을 복용했다는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해서다.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많은 안타를 친 피트 로즈(67·전 신시내티 레즈)도 비슷하다. 그는 용서받지 못하는 안타왕이다.
로즈는 1970, 80년대를 풍미한 대스타였다. 메이저리그 통산 최다 안타(4256개), 최다 경기 출장(3562경기), 최다 타수 기록(1만4953회)을 보유했다.
올스타에 17차례 선정됐고 월드시리즈에서 세 번 우승했다. 1975년에는 월드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 뽑혔다.
그는 근성 넘치는 플레이의 대명사였다. 볼넷을 얻어도 1루까지 전력 질주했다.
그러나 로즈는 현재 야구계에 얼씬도 못한다. 실력으로만 보면 명예의 전당에 입성하기에 모자람이 없지만 자격 자체가 없다. 야구계에서 영구 제명된 상태.
1986년을 끝으로 은퇴한 그는 이듬해 신시내티의 감독이 됐다. 감독 생활 3년째인 1989년 초 이상한 소문이 들리기 시작했다.
자신이 지휘하는 경기에 돈을 걸었다는 내용이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진상 조사에 착수했다.
미국의 스포츠 전문 주간지인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는 그해 3월 21일 커버스토리로 로즈의 도박 스캔들을 폭로했다. 로즈가 경기에 돈을 걸었던 기록이 낱낱이 실린 첫 번째 기사였다.
사무국의 존 다우드 변호사는 로즈가 선수 시절이던 1985년부터 경기에 돈을 걸었다는 내용이 담긴 ‘다우드 리포트’를 5월에 내놓았다.
로즈는 당시에 도박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2004년 1월 두 번째 자서전인 ‘창살 없는 감옥(My Prison Without Bars)’에서 도박사실을 고백했다.
팬과 야구계의 시선은 지금까지도 따갑다. 정정당당해야 할 스포츠에서 기본을 저버렸기 때문이다. 홈런왕 본즈도 로즈와 비슷한 길을 걸을지 모르겠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