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성배를 내게서 치우세요. 왜 내가 죽어야 하나요? 아, 모든 카드를 당신이 쥐고 있다면 어서 나를 죽이고 데려가세요. 내 마음이 바뀌기 전에.”
절대자에 대한 원망과 증오를 담아 한 남자가 찢어질 듯한 괴성으로 노래를 부른다. 자신의 운명에 체념한 채 눈물을 흘리는 그는 ‘신의 아들’이 아닌 우유부단한 인간일 뿐이다. 그는 바로 ‘슈퍼스타’ 예수 그리스도다.
1970년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의 마크 헬링턴 극장 앞에는 열성적인 기독교 신자들의 시위가 계속됐다. 예수는 헤비메탈 가수로, 열두 사도는 히피족으로 묘사된 ‘신성모독적’ 무대 위에선 성가 대신 록 음악과 격렬한 춤이 이어졌다. 입장권은 날마다 매진됐고 음반은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갔다.
약관을 갓 넘긴 두 청년은 그렇게 세상을 뒤집어 놓았다. 당시 이 뮤지컬을 작곡한 앤드루 로이드 웨버는 23세, 가사를 쓴 팀 라이스는 26세였다.
로이드 웨버는 1948년 3월 22일 영국에서 태어났다. 작곡가인 아버지와 피아노 교사인 어머니에게 음악교육을 받은 그는 연극배우인 숙모의 영향으로 무대의 매력에 빠졌다. 여덟 살에 이미 장난감을 이용한 쇼를 기획한 그는 아홉 살에 모음곡을 작곡해 출판했다.
옥스퍼드대에서 왕립음악대학으로 편입한 로이드 웨버는 동료 라이스를 만났다. 이들의 첫 뮤지컬은 무대에 올려지지 못했다. 중학교 합창단을 통해 공연된 두 번째 뮤지컬은 학부모였던 한 평론가의 호평으로 브로드웨이로 건너오게 된다.
몇 년 뒤 완성한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는 일부 평론가의 비판과 기독교인들의 분노에도 불구하고 관객의 열광을 받았다. 인기 록 그룹 ‘딥 퍼플’의 리드 싱어인 이언 길런이 처음으로 예수 역을 맡았고, 손으로 살아 있는 닭 목을 비틀던 록 가수 ‘앨리스 쿠퍼’가 헤롯 왕으로 무대에 서기도 했다.
이후로 록과 재즈, 클래식이 함께 어우러지는 뮤지컬을 추구한 ‘20세기의 모차르트’ 로이드 웨버는 ‘에비타’(1978년) ‘캣츠’(1982년) ‘스타라이트 익스프레스’(1982년) ‘오페라의 유령’(1986년) ‘선셋대로’(1994년) 등 세기의 흥행작들을 만들어냈다.
그는 6개의 토니상, 5개의 로렌스올리비에상, 4개의 드라마데스크상, 3개의 그래미상을 수상했고, 1996년에는 영국 왕실로부터 종신작위를 받았다. 그는 지난해 ‘오페라의 유령’ 속편을 제작한다고 밝혔다. 세상은 또 한 번의 감동에 몸을 내맡길 준비를 하고 있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