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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정부때 KBS 편파방송, 선전에 가까워”

입력 | 2008-03-22 03:00:00

‘공영 방송 발전을 위한 시민연대’ 주최로 21일 열린 ‘시청자에 대한 공영 방송의 책무성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의 토론회에서 토론자들이 KBS 등을 지금과 같은 의사(擬似) 공영 방송이 아닌 진정한 공영 방송으로 만드는 해법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김미옥 기자


■ ‘공영방송의 책무’ 토론회

“일부 기자 - PD 정부노선 동조…민주주의 후퇴

KBS 감독 실효성 부족해 방만경영 해소 안돼”

노무현 정부에서 KBS 등 공영방송이 이념과 정책의 홍보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공영방송의 역할이 크게 위축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창근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는 21일 ‘공영방송발전을 위한 시민연대’(공동대표 유재천 한림대 특임교수)가 마련한 토론회 ‘시청자에 대한 공영방송의 책무성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서 “노무현 정부 아래에서 KBS가 보여준 편파방송은 좋게 평가해 주창저널리즘이고 부정적으로 말하면 ‘선전’에 가까웠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날 발제문을 통해 “(KBS 일부) 기자와 PD들이 자발적으로 대통령의 정치 노선과 정책 의제를 언론의 시대적 소명으로 인식하고 지원하려고 한 것은 공영방송과 민주주의를 퇴보시킨 불행한 사건”이라며 “사회 구성원의 의견을 고르게 반영하고 시민의 민주적 의사 결정을 도와 공론장을 형성해야 하는 공영방송의 원칙을 위배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공영방송의 정파성이 노무현 정부에서 심화됐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대통령-방송위원회-KBS 이사회-KBS 사장으로 이어지는 인사 구조가 정파성에 의해 왜곡된 것을 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KBS에 대한 감독의 실효성이 부족해 방만한 경영 문제가 해소되지 못하고 있는 점도 지적했다. KBS가 2004년 예비비를 직원 휴가보상비로 전용한 것 등 방만 경영 사례를 거론하며 정기적인 외부감사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특히 민주화 과정에서 일정 역할을 한 방송사 노조가 이제는 스스로 시청자 이익에 반(反)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이 문제를 사회적 의제로 삼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방송 노조가 노조원의 이익을 대변하는 수준을 넘어 공영방송의 목표 설정과 프로그램 제작에 영향을 미칠 만큼 권력화됐다”며 “노무현 정부에서 영향력을 행사한 시민단체가 노조와 연대해 특정 이념과 정책을 국민에게 강요한 것은 시민단체의 본질을 변질시킨 것”이라고 지적했다.

토론자로 나선 KBS 최용수 PD는 “KBS가 공론장 역할을 못했다고 한다면 그것은 한국 사회의 정치과잉 때문”이라며 “KBS의 수신료에 대한 사회적 논의의 실종은 공영방송의 공적 책무 수행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방청석에서는 KBS의 영향력과 신뢰도 조사 결과에 대한 논란도 벌어졌다. KBS방송문화연구소 김호석 박사는 “최근 KBS가 여러 설문조사에서 영향력 1위에 올랐다”며 “이는 KBS가 공영방송의 역할을 한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양승목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민주사회에서 방송이 신문보다 영향력 등에서 높은 수치가 나온 것은 당연한 결과”라며 “오히려 설문 조사에서 KBS의 신뢰도 수치가 25∼30%에 그치는 것은 다른 나라의 공영방송에 비해 굉장히 낮게 나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김주원 변호사는 ‘KBS 정보 공개 판결의 시사점’이라는 발제문에서 KBS의 이사회 의사록과 제작비 원가 명세를 공개하라는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은 공적 기관인 KBS의 당연한 의무를 부과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발련은 KBS에 이사회 의사록 등을 공개하라는 정보공개 청구 소송을 내 2심에서 승소했으며 KBS는 이 문제를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