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는 대통령선거 민주당 경선 주자인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의 여권 파일을 열람한 계약직 직원 2명을 해고하고 1명을 징계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1∼3월 각자 자신의 업무용 컴퓨터로 여권신청서 등이 보관돼 있는 영사 업무 파일을 열람하다 적발됐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21일 “직원이 불필요하게 파일을 열람한 데 대해 오바마 의원에게 사과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20일 숀 매코맥 국무부 대변인은 “이들이 어떤 정치세력을 대신해 파일을 열람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으며 ‘무분별한 호기심’에서 비롯된 행동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오바마 의원처럼 지명도가 높거나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관련된 인사의 파일에 대해선 무단 열람을 막기 위해 매우 높은 수준의 보안 시스템을 걸어 놓고 있다고 매코맥 대변인은 덧붙였다.
대선 기간 중 국무부 파일 열람 파문은 1992년 이후 처음이다. 당시 ‘빌 클린턴 후보가 영국 유학 중이던 1960년대 후반 베트남전쟁 징집을 피하기 위해 미국 시민권을 포기하려 했다’는 루머가 돌던 상황에서 국무부 직원이 클린턴의 파일을 열람했다가 적발된 바 있다. 이후 3년간 특별검사가 정치적 배후를 조사했으나 별다른 혐의점을 찾지는 못했다.
한편 유일한 히스패닉계 주지사인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가 21일 오바마 후보 지지를 공식 선언할 예정이라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리처드슨 주지사는 오바마 후보를 “미국을 단합시킬 수 있는, 평생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지도자”라고 평가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14∼18일 실시된 갤럽 여론조사에서 그동안 계속 큰 차이로 오바마 후보에게 뒤져온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49% 대 42%로 역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담임목사의 ‘갓댐 아메리카’ 발언 파문 이후 ‘인종 이슈’에 휩싸인 오바마 후보의 지지도가 급속히 빠지는 양상이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