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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티베트 유혈진압 세계 양심에 대한 도전”

입력 | 2008-03-22 03:00:00


펠로시 美하원의장, 달라이 라마 만나 지지 표명

14일 시작된 티베트(중국명 시짱·西藏) 유혈 사태가 1주일을 넘기면서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 정부가 티베트와 주변 지역에 병력을 대거 증강하고 있지만 인근 지역에서 동조 시위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대화를 통한 해결을 요구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은 21일 티베트 망명정부가 있는 인도 다람살라에서 달라이 라마를 만나 사태 해결을 논의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펠로시 의장은 회동 직후 군중 앞에서 “(티베트 사태는) 세계의 양심에 대한 도전”이며 “티베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세계가 알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달라이 라마는 전날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죽은 뒤 티베트에서 폭력 사태가 격화될까 걱정된다”면서 “티베트의 참혹한 모습에 눈물도 흘렸지만 살아 있는 동안 티베트와 중국의 화해를 위해 헌신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 정부는 사태 확산을 막기 위해 중심도시 라싸(拉薩)를 비롯한 티베트 전역과 인근 티베트인 밀집 지역에 병력을 증파하고 있다. 시위 주동자 19명을 현상수배하고 신상정보를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공개하는 등 시위자 검거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시짱신문을 비롯한 중국 언론이 보도했다.

BBC는 “차량 400대가 중국 서부 산악지대를 거쳐 티베트로 이동하고 있다”고 21일 전했다. AP통신은 주민들의 말을 인용해 쓰촨(四川), 간쑤(甘肅), 칭하이(靑海), 윈난(雲南) 성의 티베트인 밀집 지역마다 300∼400명씩 병력이 증강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중국 정부의 감시에도 불구하고 쓰촨 성 황난(黃南)자치주에서 2000여 명이 시위를 벌이는 등 시위가 확산되고 있다고 20일 보도했다.

현재 라싸는 신분증만 있으면 통행에는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 외견상 안정을 찾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반면 보도 통제는 여전하다. 독일 공영 ARD방송은 21일 티베트에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독일 기자 2명이 전날 공안의 위협을 받아 쫓겨났다고 전했다.

중국 국영 CCTV는 14일 벌어진 라싸의 시위 화면을 20일 15분에 걸쳐 공개했다. 시위대가 시민을 향해 흉기를 휘두르는 장면은 화면에 나왔지만 경찰의 진압 과정은 나오지 않았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