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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이야기]不知細葉誰裁出, 二月春風似剪刀

입력 | 2008-03-24 03:00:00


細(세)는 가늘다 또는 작다의 뜻이다. 정밀하거나 詳細(상세)하다는 뜻과 번잡하거나 보잘것없다는 뜻도 있다. 細筆(세필)은 가는 붓이나 잔글씨이고, 細酌(세작)은 적은 양의 술 또는 조금 마시는 것을 뜻한다. 細作(세작)은 정교한 공예품 외에 간첩이나 염탐꾼을 가리키기도 한다. 葉(엽)은 落葉(낙엽)에서처럼 잎의 뜻 외에 中葉(중엽)에서처럼 시기나 기간을 뜻한다. 細葉(세엽)은 가는 잎 또는 작은 잎인데, 버들잎의 경우이니 가는 잎으로 풀이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誰(수)는 의문대명사로 누구의 뜻이다. 裁(재)는 옷을 마름질하거나 짓는다는 뜻으로 裁縫(재봉)은 옷을 재단하고 꿰매는 것이다. 裁量(재량)에서는 헤아린다는 의미가 있고, 決裁(결재)에서는 결정한다는 의미가 있다. 出(출)은 産出(산출)이나 所出(소출)에서처럼 내놓다 또는 생산하다의 뜻이 있다.

似(사)는 유사하거나 닮았다는 뜻이다. 모양이 그럴듯하다는 의미의 近似(근사)하다는 말은 그 무엇과 비슷하다는 데에서 나왔다. 酷似(혹사)는 대단히 유사하다는 뜻이다. 剪(전)은 剪刀(전도) 즉 가위이다. 가위질하다 또는 깎거나 줄이거나 제거한다는 뜻도 있다. 剪草除根(전초제근)은 풀을 베고 뿌리를 제거하듯 화근을 근본적으로 없앰을 뜻한다. 음력 2월의 봄바람이면 바로 요즈음의 봄바람이다. 때로는 황사를 품기도 하고, 때로는 조금 차가운 기운으로 심술도 부린다. 하지만 어느새 도심 축대 위 개나리에 움을 틔워 살짝 연노랑 색을 칠해 놓았다. 계속해서 각양각색의 작품을 오려내 솜씨를 보일 터인데, 올봄에는 우리네 마음을 또 어떻게 손질할까. 버들가지를 노래한 唐(당) 賀知章(하지장)의 ‘영柳(영류)’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