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민주당은 비례대표 후보자 선정 과정에서 전문성을 강조했지만 정작 뚜껑을 열고 보니 계파 안배에 치중했다는 평가가 많다.
비례대표추천심사위원장을 겸직한 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은 이날 오전 손학규 공동대표와의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100% 만족할 수 있는 게 어디 있나”라며 서운한 감정을 내비쳤다.
이번에 발표된 비례대표 후보 가운데 직능별 전문성을 감안해 선발한 상위 순번은 상당수가 손 대표가 직접 영입한 인사들로 알려졌다.
1번을 받은 이성남 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은 물론 내일신문 발행인이었던 최영희(3번) 전 국가청소년위원장, 정국교(6번) H&T 대표이사, 서종표(8번) 전 3군사령관 등이 손 대표 몫으로 배정된 것이다. 특히 서 전 사령관은 손 대표를 지지했던 선진평화연대 공동대표를 맡았고, 정 대표는 손 대표의 중소기업정책특보를 지냈다.
송민순(4번) 전 외교통상부 장관도 넓은 의미에서 손 대표 측 인사에 포함된다는 분석도 있다.
옛 민주당계로는 신낙균(9번) 전 한국유권자연맹 회장, 김충조(12번) 전 국회의원, 안규백(14번) 전 민주당 조직위원장, 김유정(15번) 민주당 국장 등 4명이 상위 15번 안에 배정됐다.
박상천 공동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옛 민주당계로서 비례대표 심사에 불만이 많지만 참고 가기로 마음먹었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번 비례대표 후보자 중에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계열과 동교동계는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정 전 장관은 개인 성명을 통해 “지난 대선에서 저와 가장 많은 고생을 한 분들이 대거 탈락한 게 먼저 눈에 보인다. 인내의 한계를 느낀다. 나눠먹기, 사적(私的) 동기에 의한 공천이라는 반발과 지적을 무마할 명분이 부족하다”고 반발했다.
박명광 최고위원도 이날 “비민주적인 공천에 절망했다”며 최고위원을 사퇴했다.
지역별로는 상위 20번까지 후보 가운데 호남이 7명으로 가장 많고 영남이 5명, 경기 3명, 서울 2명, 충청 2명, 강원 1명 순이었다.
후보자들 가운데 이색 경력 등으로 눈길을 끄는 인사도 많다.
최영희 전 위원장은 내일신문 장명국 발행인의 부인이면서 2002년까지 사장 겸 발행인을 지냈다. MBC 노조위원장에서 곧바로 사장 자리에 올랐던 최문순(10번) 전 MBC 사장은 2월 말 사장 퇴임 후 20일 만에 정치권에 진출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경북 구미 출신으로 7번을 받은 전현희 변호사는 치과의사 출신으로 변호사를 거쳐 정치권에 입문했다. 남편이 수원지검 김헌범 검사이며, 2004년 총선 때 열린우리당 공천심사위원을 맡았었다.
비례대표로만 재선 당선이 가시권에 들어온 후보도 눈에 띈다. 신낙균 전 회장은 제15대 국회에서 비례대표 의원을 지냈고 박홍수(16번) 후보는 17대 비례대표 의원이다.
한편 28번에 공천됐던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이날 자진 사퇴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