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오 정훈백 사장이 최근 일본 식품 미 화장품 회사인 DHC에 수출한 ‘생들깨기름’을 들고 있다. 화성=변영욱 기자
“들기름을 한국의 올리브오일로”…日에 12억 원어치 수출 정훈백 사장
《“농업시장 개방에는 질 좋은 농업제품 수출로 맞서야 합니다. 한국의 들기름이 올리브오일처럼 세계 소비자들의 입맛을 당기는 날이 반드시 올 겁니다.”
이명박 정부가 1차 산업인 농업을 2차(가공), 3차(수출 및 유통) 산업으로 키워야 한다고 강조한 가운데 한 중소기업이 식품 위생기준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일본에 들기름을 수출해 화제다. 경기 화성시에 위치한 들깨 가공업체인 ‘두바이오’는 최근 일본의 식품 및 화장품 회사인 DHC에 들기름 120만 달러(약 12억 원)어치를 수출하기로 계약했다. 이 제품은 다음 달부터 일본에서 ‘생들깨기름’이라는 한글 이름을 붙이고 판매된다. 》
두바이오는 중소기업 직원이었던 정훈백(48) 씨가 2004년 설립했다.
정 씨의 고민은 동네 어귀에서 참기름 가게를 하던 어머니로부터 시작됐다. 값싼 중국산 참기름에 밀려 어머니가 가게 문을 닫게 된 것이 계기였다.
그는 두바이오 설립 때부터 해외 수출을 염두에 두고 회사 규모를 무리하게 키울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 대신 해외 판로를 개척할 수 있는 전시회들을 눈여겨봤다.
“국내시장에서는 브랜드가 중요하기 때문에 중소기업이 성공하려면 엄청난 마케팅비용을 쏟아 부어야 합니다. 이 비용이면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습니다. 식품 수입에 까다로운 일본 시장만 공략하면 판로가 뚫릴 것으로 예상했지요.”
이 회사의 연매출은 5억 원대로 많지는 않지만 2006년 4월 한국무역협회가 일본 도쿄(東京)에서 개최한 전시회에 참가해 DHC의 관심을 받았다.
두바이오는 자연 건조시킨 들깨를 압착해 기름을 짜낸다. 불에 들깨를 볶아 기름을 짜내는 기존 방식과 다르다. 이는 필수지방산인 ‘α-리놀렌산’ 등 기존 영양분을 풍부하게 보존하는 방식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도쿄 전시회 참가 직후 DHC로부터 위생 상태, 농약, 세균 검사 등 실사(實査)가 시작됐다. 정 사장은 한 달에 한 번꼴로 일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전화 한 통이면 해결될 일이라도 바이어에게 신뢰를 주기 위해서였다. 그 결과 일본 후생노동성 검역까지 무사히 마쳐 이달 11일 2년 11개월 만에 수출에 성공했다.
두바이오는 수출 과정에서 제도 미비에 따른 애로사항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대표적으로 바이어들에게 자랑할 만한 들기름 효능에 대한 자료가 미비했다. 농촌진흥청, 한국식품연구원 등 정부기관 어딜 찾아봐도 관련 자료를 찾을 수 없었다.
결국 중소기업이 감당하기에는 벅찼지만 자체 비용으로 대학교 등에 용역을 의뢰해 이를 바이어들에게 보내는 수밖에 없었다.
정 사장은 “수출을 독려하면서도 관련 자료가 거의 없는 것은 학부모가 자녀에게 공부하라고 다그치기만 하지 정작 공부할 책을 사주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두바이오의 목표는 한국의 들기름을 스페인 올리브기름보다 세계에서 더 널리 쓰이는 식품으로 만드는 일이다. 다음 달 그는 들깨를 재배하는 농부들과 함께 일본에서 무협 주최로 열리는 한국우수상품전시회에 참여하는 것을 시작으로 미국과 유럽 시장도 공략할 계획이다.
정 사장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 농업시장 개방 시대에는 국민소득 3만∼4만 달러 시장을 겨냥해 업그레이드된 농업 제품을 갖고 해외에 나가는 게 살 길”이라고 강조했다. 화성=김유영 기자 abc@donga.com